[인터뷰] 개그맨→배우 김늘메, 그가 전하고픈 인생의 희로애락

입력 2015-04-06 07:0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인터뷰] 개그맨→배우 김늘메, 그가 전하고픈 인생의 희로애락

“그러는 거 아니야”, “기다릴 거예요, 앙!” 등 유행어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개그맨 김늘메는 돌연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그가 브라운관 대신 선택한 곳은 서울 대학로 무대. SBS 대표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맹활약을 했던 그는 이후 ‘심야식당’, ‘올모스트 메인’, ‘취미의 방’, ‘케미스토리’ 등 정극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김늘메를 만난 자리에서 “왜 ‘웃찾사’를 떠났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큰 인기를 누리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그에게 어떤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했다. “연극을 하고 싶어서”였다.

“‘웃찾사’를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드렸던 게 정말 좋았어요. 행복했죠. 그런데 문득 (웃음대신)눈물을 주고 싶었어요. 인간은 인생 속에서 희로애락을 겪잖아요. 브라운관에서 ‘희’, ‘락’을 선사했다면 지금은 ‘노’, ‘애’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죠.”

김늘메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연극 ‘월남스키부대’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김 노인’과 그의 백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이들의 집에 찾아온 도둑이 엮어나가는 연극으로 지난해 초연에 이어 앵콜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김늘메는 철부지 백수 아들 ‘아군’ 역을 맡았다.

그가 ‘월남스키부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선배 서현철의 힘이 컸다. 어렸을 적부터 존경해마지않았던 배우 서현철이 “늘메야, 함께 무대 서보자”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함께 하는 동료 배우들을 보니 언제나 무대에 함께 오르고 싶었던 사람들이었다.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관객들과 호흡하는 게 무대에 서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무엇보다 함께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과의 돈독한 관계도 빼놓지 못할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며 알아가는 관계 속에 생기는 ‘따뜻함’이 참 좋더라고요. 그 따뜻함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고요. 특히 연극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 유대감이 부족해서 풍부한 표현을 못 하거든요. 더 많이 알아갈 수록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월남전에 참전한 ‘김 노인’의 트라우마로 인해 전개되는 그의 이야기는 사뭇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과도 같다. 내용은 참전 시절때 겪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왠지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다.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진다. 대본을 보며 “눈물 반 방울 정도 흘렸다”고 애써 표현한 김늘메 역시 꽤나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지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작품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작품이랑 상관없지만 아버지의 무뚝뚝함이 떠올랐어요. 제 아버지는 굉장히 엄하신 분이라 다가가질 못했어요. 아마 대한민국의 부자 관계는 다 그렇지 않을까요? (웃음) 요즘은 명절 때나 가끔 찾아뵙는데 이젠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해요. 아들을 아끼셨지만 차마 무뚝뚝함으로 표현해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젠 알아요.”

그렇다면 자신이 맡은 ‘아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혀를 쯧쯧 차다가도 어느새 동질감을 느끼는 녀석이라고 말했다. 김늘메는 “‘아군’은 참 철이 없다. 배우 지망생인 아군은 가장인데 자기 집보다 감독님 집 사정을 더 챙기는 한심한 녀석이다. 그런데 그를 들여다보면 나도 철이 없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주변에서 저보고 참 철이 없다고 말해요. 전 잘 모르겠던데…. 하하. 그런데 배우는 ‘꿈꾸는 아이’라고 하잖아요. 철들면 안 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군’이가 그렇게 철이 없나 이해도 가고요. 철부지 같은 제 모습을 섞어서 연기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일 개막한 연극 ‘월남스키부대’ 를 보고난 후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단순히 웃다가 갈 수도 있고 눈물을 찡하게 흘리고 갈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언제 어디서나 희망은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월남스키부대’가 끝나면 어떨 것 같을까. 잠깐 생각하더니 “음, 쫑파티는 언제하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나 다음에 뭐하지?”라고 고민한다는 김늘메. “작품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작품이 없어서라고!”라며 버럭 개그를 외친 그는 “그래도 좋은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다”며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배우’는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훌륭한 작품을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않게 말이다.

“저는 세상을 ‘놀이터’로 비유하곤 해요.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가는 거라고. 나름 인생철학이죠. 무대가 ‘시소’라면 동료배우들과 신나게 시소를 타면 되고요. 또 다른 곳에 가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면 돼요. 거기서 다쳐서 아플 수도, 울 수도 있고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며 표현하는 배우가 될래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HOW & NEW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