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본 적 있나요?” (인터뷰)

입력 2015-04-13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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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내게는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
○로코물 주인공? 나라도 최우식 쓰진 않았을 듯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남성 시청자들보다는 여심(女心)을 잡아야 하기에 판타지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외모와 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일상에서 쓰지 않을 대사들로 브라운관을 채운다.

그러나 케이블 채널 tvN '호구의 사랑'은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물과는 달랐다. 물론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헌신적이었던 점은 같았지만 그 헌신의 정도가 성자(聖者)급이었던 점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강호구였고 이 역할은 최우식이 맡았다.

"이 작품에 성폭행에 대한 소재가 있다는 걸 초중반이 되어서야 알게 됐어요. 그때서 덜컥 이런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다룰까 걱정했는데 표민수 PD님이 지능적으로 철저하게 계산을 해서 연출을 해주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정말 편하게 연기했죠."


최우식은 이 드라마에서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연애를 하는 남자인 강호구를 연기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기존 주인공들과는 다소 평범한 얼굴이었음에도 한 여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강호구 캐릭터는 오로지 최우식만이 소화 가능한 배역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저를 주인공으로 쓰는 걸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라도 반대했을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표민수 PD님이 밀어붙이셨다고 해요. 그걸 알고 난 뒤에는 괜히 폐를 끼칠까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시작된 '호구의 사랑'은 매회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최우식-유이-임슬옹-이수경으로 이러진 또래 라인의 안정적인 연기력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음에도 유쾌한 터치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셨다.

"상대역인 유이 누나는 제가 캐나다에 있을 때도 TV를 통해 봤던 분이니까 꼭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어요. 보자마자 '애프터 스쿨의 유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는데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연습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조언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드라마 속 강호구는 그렇게 최우식을 통해 생명력을 얻어갔다. 웹툰 속 캐릭터에 불과했던 호구에게 호흡과 감정을 불어넣은 것은 온전히 최우식의 공이었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별명은 이런 최우식의 공을 시청자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말 감사하죠. 그런데 처음에는 저도 호구 같은 남자를 누가 좋아해 줄까라는 의심을 했었어요. 요새는 나쁜 남자가 대세라는데 이렇게 착한 남자가 매력이 있을까 싶었죠. 그랬더니 표민수 PD님이 ‘나쁜 남자에게 당해본 경험이 있는 여자들은 반드시 좋아할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자신감이 붙었죠."


어쩌면 최우식이 강호구로 사랑받았던 까닭은 그가 드라마 속 캐릭터 같은 연애 스타일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본인 역시 이에 대한 질문에 "비슷한 점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드라마처럼 모든 걸 포용하는 건 호구라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호구와 많이 닮았고 연애에 서툰 것도 비슷해요.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만 믿고 대시했던 적이 있는데 실패한 적도 있어요."

연애에는 비록 서툴지 몰라도 연기에 대한 계획만은 철저하다. 최우식은 "'호구의 사랑'으로 대박이 나진 않았어도 첫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구는 예능에 나가서 한 번에 드라마 주연이 되기도 하고 드라마 한 편으로도 스타가 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아직은 그럴 그릇이 아니기 때문에 임팩트를 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거에요. 인성이나 연기로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배우가 될게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JYP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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