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어벤져스2’를 향한 어긋난 관심…‘엠바고’까지 깨졌다

입력 2015-04-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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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미국 본사로부터 연락이 오고 말았어요. 이렇게 되다니 자괴감까지 드네요.”

21일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언론시사회를 마치고 받은 관계자와의 문자 대화다. 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영화 관계자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엠바고’, 즉 보도시점에 관해 문제가 터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2015년 최고의 기대작 ‘어벤져스2’의 리뷰 엠바고는 ‘22일 오전 7시’였다. 기사에 엠바고가 걸린 이유는 스포일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 제작사인 디즈니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 매체에게 영화에 관한 리뷰를 미리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또 요청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엠바고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면서 무참히 깨져버린 것. 언론시사회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어벤져스2’에 관련한 기사들이 나왔다. 엠바고 시간을 알리 없는 주요 포털들은 기사를 하나 둘씩 사이트에 편집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본 관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엠바고는 왜 깨진 것일까. 어쩌면 이번 일은 ‘뉘앙스’의 차이로 불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언론에게 먼저 공개된 영화들 중 개중에는 리뷰 엠바고가 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가끔은 전체적인 리뷰가 아닌 일종의 맛보기 식의 기사가 종종 나간 적이 있다. 해당 기사가 후에 삭제됐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래저래 넘어가는 식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전체 리뷰가 아닌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서울 촬영 분량’, ‘배우 수현의 분량’ 등에 관한 기사들이 먼저 나간 것이다. 그런데 디즈니사가 말한 리뷰는 이런 것들까지 포함한다. 어떤 내용도 나가질 않길 바랐다.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내언론매체와 ‘어벤져스2’ 관계자들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동안 비슷한 기사를 써도 아무 말 않던 관계자들이 ‘어벤져스2’에 대해서만 과하게 제재를 하고 나서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있어선 그동안 관행적으로 눈감고 넘어갔던 영화 홍보마케터들과 배급사들의 잘못이 크다. 처음부터 원칙을 지켰더라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한국 언론도 비난을 피할 순 없다. 한 매체가 스포일러식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질세라 너도나도 ‘어벤져스2’에 관한 내용을 푸는 것은 영화를 만든 이와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미국 디즈니사는 이미 엠바고를 지키지 않은 매체, 기사 리스트를 정리 중이다. 한국 매체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추락했을지는 알 길이 없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 대사에 환호하고 호평했던 게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만큼 작품에 대한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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