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가는 70더비, 승부와 우정 사이

입력 2015-05-21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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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제주와 전남이 23일(토) 오후 3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2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제주와 전남의 경기는 KBS 1TV를 통해 생중계된다.

■ 70더비? 친구더비?


2015년 K리그 클래식엔 1970년생 감독 3인방이 등장했다. 전남 노상래 감독과 제주 조성환 감독은 전임 감독들의 지휘봉을 물려받았고 인천 김도훈 감독까지 합류하며 세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서 만나게 됐다.


선수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고, 오랜 코치 생활을 거쳐 드디어 감독이 된 세 사람은 지도자 초기 시절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발전을 도모했다. 감독 취임 후에도 멋진 승부를 약속하며 계속 교류를 가질 정도로 끈끈한 사이다. 감독 데뷔 시즌이지만 모두 인상적인 출발을 하며 선전 중이다.

그렇게 시작된 70더비는 뜨겁다. 승부와 우정은 별개라는 것처럼 세 감독은 매 대결마다 뜨거운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세 감독이 물고 물리는 흥미로운 상황을 낳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4월 5일 노상래 감독과 조성환 감독이었다. 개막전부터 운명적인 승부를 펼쳤다. 팽팽한 흐름 속에 조성환 감독이 먼저 웃었다. 정다훤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조성환 감독에게 첫 골은 선사했다.


홈팀 전남과 노상래 감독도 가만 있지 않았다. 후반 34분 안용우의 어시스트를 받은 스테보의 동점골이 나왔다. 두 감독은 첫 70더비에서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두번째 70더비는 노상래 감독과 김도훈 감독의 대결이었다. 전남은 후반 28분 이종호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고, 노상래 감독은 친구를 상대로 데뷔 첫 승리를 신고했다.

친구와의 승부에서 잃어버린 승점은 다른 친구에게서 받아냈다. 김도훈 감독은 5월 9일에 열린 조성환 감독과의 첫 대결에서 후반 22분 김동석의 중거리 슛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인천은 2연승에 성공하며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조성환 감독과 노상래 감독이 다시 만난다. 선수로서 두 감독은 1997년 이후 11차례 맞붙었다.


첫 대결은 노상래 감독이 크게 웃었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전남 소속이었던 그는 1골을 기록하며 당시 수비수로서 뛰었던 조성환 감독의 제주(당시 부천SK)를 6-0으로 대파했다. 하지만 이후 조성환 감독은 현역 시절 특유의 근성 있는 수비를 앞세워 8번의 맞대결에서 잇달아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상대 전적에서도 제주가 전남에게 6승 2패로 앞섰다.


조성환 감독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 대결은 2000년 대한화재컵 결승전이었을 것이다. 제주는 전남에 2-1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노상래 감독은 1도움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눈 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두 감독의 선수로서의 마지막 대결은 노상래 감독이 대구, 조성환 감독이 전북 소속이던 2003년 정규리그 경기였다. 당시에도 전북이 대구에 1-0으로 승리하며 조성환 감독이 웃었다. 이제 지도자로서 지략 대결을 펼치게 된 두 감독은 첫 번째 우정의 승부에선 웃지 못했다.


홈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으려는 조성환 감독과 제주 원정 징크스를 깨려는 노상래 감독. 네번째 ‘70더비’에서는 어느 감독이 웃게 될까?

■ 잠깐, 나도 70이라고!

전남의 골키퍼 김병지 역시 1970년생이다. 전남은 감독(노상래), 코치(김태영), 선수(김병지)가 동갑인 유례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 45세로 이종호(92년생), 이창민(94년생)의 아버지뻘이지만 김병지의 활약은 여전히 20대 선수 못지않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서 9실점을 기록, 0점대 실점율을 기록 중이다. 무실점 경기는 5회로 전북의 권순태와 함께 1위를 기록 중이다. 친구들이 감독과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 그라운드에서 직접 몸을 던지며 뛰고 있는 김병지는 2015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전설이다.


■ 전남에게 제주 원정은 악몽 그 자체다.

올 시즌도 변함 없이 홈에서 초강세(5경기 4승 1무)를 보이고 있는 제주는 특히 전남을 제물로 인상적인 대승을 거뒀다. 전남을 상대로 최근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를 기록 중이다. 홈에서도 전남에게 5경기 연속 무패(4승 1무)를 달리는 중이다. 전남이 지난 3년 간 끊지 못한 제주전 징크스는 악몽과 같은 경기가 빚은 결과물이다.

2012년 7월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에겐 기념비적인, 전남에겐 씻을 수 없는 경기가 벌어졌다. 전반 16분 산토스의 골을 시작으로 제주는 무려 6골을 터트렸다. 서동현은 후반 41분 팀의 6번째 골이자 자신의 3번째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이날 서동현이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무려 3골 2도움. 산토스, 송진형, 자일도 득점에 가세했다. 이 경기 이후 제주는 전남전 무패, 전남은 제주전 무승이 지속되고 있다.

2014년 9월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 같은 경기가 재현됐다. 제주는 다시 한번 전남 골문에 6골을 넣었다. 전반 11분 박수창의 골이 시작이었다. 이날 박수창은 전반에만 4골을 터트리며 K리그 최초로 전반에만 4골을 터트린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심동운과 스테보가 골을 넣으며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전남이지만 황일수, 루이스에게 골을 내주며 최종 스코어는 6-2가 됐다. 박수창은 4골 1도움을 최종적으로 기록했다.


제주는 역대 전적에서도 전남에 31승 19무 14패로 앞서 있다. 전남은 지독한 제주 징크스를 깨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올 시즌 홈에서의 첫 대결에서도 1-1로 비기는 데 그쳤다. 오랜 시간 전남을 가로 막고 있던 인천 징크스를 깬 노상래 감독의 징크스 깨기가 이번에도 성공할까? 아니면 조성환 감독이 현역 시절처럼 다시 한번 노상래 감독과 전남을 괴롭힐까?


그들의 새 역사는 5월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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