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기업회생절차 포기…벤처 신화 결국 사라지나

입력 2015-05-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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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대표 “인수대상자 못찾아 폐지 신청”

벤처 신화를 일궈낸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위 기업 팬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신청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아직 법원 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청산절차가 유력하다.


● 청산절차 유력

팬택의 법률상 관리인인 이준우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은 공개 매각 등을 통해 세 차례 새 주인 찾기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내린 뒤 파산을 선고하면 팬택 채권자들은 파산법이 정한 기준에 근거해 남은 자산을 나눠 갖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팬택 자산은 총 2683억원, 부채는 총 9962억원이다. 법원이 폐지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업계에선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리면 팬택은 설립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팬택은 지난 1991년 박병엽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로, 이듬해인 1992년 일명 ‘삐삐’로 잘 알려진 무선호출기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엔 이를 바탕으로 휴대전화 판매를 시작했고,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연달아 인수하며 한때 세계 7위 휴대전화 제조사로 도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 탓에 유동성이 악화되며 2007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접)에 들어갔고, 상장 폐지의 아픔도 겪었다. 팬택은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7년 3분기부터 20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고, 2010년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2011년 12월엔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지난해 8월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은 벤처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누적 매출은 29조원, 등록 특허는 4073건에 달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건전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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