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스크린쿼터제 축소 움직임에 ‘쉬리’ 강제규 감독 삭발 투쟁

입력 2015-06-16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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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6월 16일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외화의 잇단 공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대작 외화들이 연이은 개봉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2∼3년 사이 외화를 압도한 한국영화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를 ‘스크린쿼터 축소’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1999년 오늘, 영화 ‘쉬리’로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어가던 강제규 감독(왼쪽)이 삭발했다. 정부가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규정한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할 움직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강 감독은 평론가인 이충직 중앙대 교수 등 7명과 함께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축소음모 저지를 위한 투쟁선포대회’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배우와 감독 등 한국영화 관계자 1200여명은 이틀 뒤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임권택 감독 등도 삭발의 눈물을 삼켰다.

한국영화계는 그해 초부터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긴밀히 움직였다. 그리고 배우 김지미·임권택 감독·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선 상황이었다.

스크린쿼터제는 각 극장이 의무적으로 자국 영화를 일정 기준 이상 의무 상영토록 하는 것이다. 자국 영화산업을 보호하며 할리우드가 온통 장악한 상황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이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1966년 시행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된 제도는 1984년 한국영화를 연간 5분의2 이상, 즉 146일 이상 상영토록 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는 정부가 한미 투자협정 체결을 앞두고 스크린쿼터를 줄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신낙균 당시 문화부장관이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한 지 불과 7개월여 만이었다.

오랜 침체 속에서 할리우드의 파상적 물량 공세에 관객을 빼앗긴 한국영화계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강제규, 임권택 감독의 삭발은 그 상징적 저항이었다.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은 그러나 끊이지 않았고 한국영화계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영화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흥의 꽃을 피웠다. 외화에 버금가는 혹은 이를 압도하는 시장점유율로 한국영화는 다행히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이후 2006년 1월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해 그해 7월부터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들었다. 이제 스크린쿼터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한 저항은 다양한 영화에 대한 보호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 구조 안에서 ‘스크린 싹쓸이’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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