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주 ‘진통제 투혼’과 슈퍼매치 무실점

입력 2015-06-2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원삼성 수비수 곽희주(왼쪽)가 팀을 위해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2년 10개월여 만에 상암벌을 밟았다. 곽희주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시즌 2번째 슈퍼매치 도중 박주영과 볼을 다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2년만에 서울 나들이’ 수원 곽희주

발등 타박상 불구 진통제 맞고 출전
서정원감독 “경험·컨트롤능력 최고”
안정적 경기운영으로 무실점 이끌어

역대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얀(34·베이징 궈안)은 FC서울 시절, 가장 껄끄러웠던 수비수로 동갑내기 곽희주(수원삼성)를 꼽았다. 지난해 1월 중국 슈퍼리그로 떠나기 전 고별 인터뷰에서 데얀은 “내가 골을 넣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곽희주는) 지저분한 플레이로 날 불편하게 했지만 좋은 상대였다”는 소회를 밝혔다. 데얀은 곽희주 앞에선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심지어 상대를 너무 의식하다 헛발질을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수원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8라운드 슈퍼매치. 수원 서정원 감독이 내세운 센터백은 프랜차이즈 베테랑 곽희주였다. FC도쿄(일본·2014년 3∼8월), 알 와크라(카타르·2014년 9월∼2015년 2월)에서 해외 무대를 경험한 그는 올해 초 플레잉코치로 친정에 돌아왔다. 앞서 뛴 마지막 슈퍼매치는 2013년 10월 9일 홈경기였고, 서울 원정은 2012년 8월 18일이었으니 곽희주로선 2년 10개월여만의 상암벌 나들이였다.

사실 출전은 불투명했다. 17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골 맛까지 본 곽희주는 발등 타박상으로 21일 전북현대전에 결장했다. 회복에 전념했지만, 25일까지만 해도 수원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깊었다. 그러나 곽희주의 출전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진통제를 맞고 결전에 임했다. 서 감독은 “올 시즌 주축으로 뛴 (양)상민이와 (곽)희주를 놓고 고민을 했는데, 상민이가 많이 지쳐있었다.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벤치도 신경이 쓰였다. 슈퍼매치 때마다 데얀을 꽁꽁 묶은 베테랑의 출전이 유쾌할 리 없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곽희주는) 전진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의 타이밍을 안다. 투입을 예상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수원의 선택은 주효했다. 팽팽한 0의 흐름 속에 곽희주는 후배들을 잘 리드했다. 걱정한 발등이 아닌 종아리 근육이 올라오면서 양상민으로 교체됐지만, 후반 13분까지 ‘특별한 58분’을 뛰며 팀의 무실점 승점 확보에 기여했다. 서 감독도 “희주가 오랜 시간 몸을 만들었다. 경험도 많고,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 민첩성도 좋다. 부상이 순간적인 움직임에서 비롯될 때도 있지만, 희주가 살아나며 수비도 안정을 찾고 있다”며 칭찬했다.

물론 본인은 아쉽다. 그는 결전을 앞둔 팀 미팅 때 “강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이겨서 강해지는 거다.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최대한 힘을 빼고 승부에 임하자”는 말로 후배들을 독려했었다. 곽희주는 “가장 부담스러운 시간대에 상민이에게 큰 부담을 줬다. 팀도 나로 인해 교체카드 1장을 손해 봤다. 모두에 미안하고, 형으로서 부끄럽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