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유린타운’, 블랙코미디+병맛+사회풍자=핵꿀잼

입력 2015-07-14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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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를 지불해야 오줌을 눌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유린타운’을 보기 전, 화장실에 가면 이 글귀가 적힌 등신대가 길을 막고 서 있다. 보자마자 웃음이 ‘픽’ 나온다. 그런데 극을 보면 볼수록 심각해진다. 분명 웃고 있지만 머릿속은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신기한 작품이다. 2005년 이후 10년 만에 국내관객을 찾은 뮤지컬 ‘유린타운’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각적인 말재간이 넘치는 수작으로 돌아왔다. 요즘 말로 ‘핵꿀잼’이다.

한국어로 ‘오줌마을’을 뜻하는 ‘유린타운’은 물 부족에 시달려 돈을 내고 화장실을 써야하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그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적 기업과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고 급기야 군중들로부터 민중봉기가 일어나 대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린타운’은 황금비율의 비빔밥이다. 화장실 이용료를 올리려고 하는 정치인과 기업인의 정경유착을 꼬집는 사회풍자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관객들의 쓴 웃음 그리고 병맛 같은 대사까지 잘 버무려졌다. 또한 “해피엔딩도 아닌 새드엔딩도 아닌”이라는 대사를 강조하며 반전과도 같은 주인공들의 결말 그리고 자유를 찾았지만 절제 없는 자유의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이 극은 가벼움이란 미덕을 사용했다. 날카로운 칼끝 같은 비판 정신을 코미디 속에 숨겨놔 관객들은 미간을 찌푸릴 틈이 없다. 또한 ‘햄릿’, ‘레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 작품들에서 많은 것을 차용했다. 어디서 봤을 법한 장면으로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이면서도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넘버는 작품 자체의 풍성함과 완성도를 더한다. 랩, 가스펠, 재즈, 흑인영가, 컨츄리 등 다양한 음악의 장르가 혼합됐다. 전자음을 배제한 어쿠스틱 악기들로만 구성돼 흥겨움을 선사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이 함께 나서마치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두유 히어 더 피플 싱)’과 같은 혁명가적 웅장함이 느껴져 계속 생각이 나기도 한다.

배우들의 넉살 좋은 연기력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바비 스트롱’ 역의 김승대와 정욱진을 제외하고 ‘원캐스팅’으로 이뤄져 여느 작품과는 다른 쫄깃한 호흡을 자랑한다. ‘원캐스팅’의 효과가 무대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흡 뿐 아니라 개개인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도 단연 아이비다. ‘호프 크로르웰’ 역을 맡은 아이비는 사랑스러운 백치미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한다.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아이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일뿐더러 뮤지컬배우로서 자리매김하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용변기 관리자 ‘페니 와이즈’ 역의 최정원과 ‘콜트웰 B. 크로드웰’ 역을 맡은 성기윤의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연기는 극의 무게를 무겁게 하다가도 만드는 중춧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남모르는 과거 역시 극의 반전. 이 외에 혁명의 선구자 ‘바비 스트롱’ 역을 맡은 정욱진은 신인답지 않은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극의 내레이터이자 ‘록스탁 순경’ 역을 맡은 김대종은 “이것은 뮤지컬일 뿐”이라며 강조해 관객들에게 현실이 아닌 극을 즐기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단지 이것이 너무 현실 같아서 씁쓸할 뿐.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문의 02-577-1987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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