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김진우의 ‘엇갈린 인연’

입력 2015-07-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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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김진우(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즌 전 엇박자…복귀 4경기 만에 시즌 아웃

KIA 김기태 감독은 배려심이 강한 리더다. 리더가 먼저 호의를 베풀면, 그만큼의 대가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배려를 해줬음에도 ‘배신’을 당했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다. KIA 고참들이 일탈하지 않고 잘 뭉쳐있는 데는 ‘김기태 코드’에 대한 이해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투수 김진우(32)는 그 코드를 읽지 못하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선발과 불펜을 흔쾌히 겸업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김진우는 무책임한 투수가 아니다. 그러나 김 감독 부임 이후 첫 시험대인 장거리 달리기에서 중도에 포기를 해버려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형평성을 아주 중시하는 김 감독은 김진우가 아무리 필요한 투수라 해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KIA에선 “장거리 달리기 때 아무리 몸이 안 좋았어도 완주만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후 김진우는 다시 몸을 만들어 완주를 했고, 대만에 차려진 2군 스프링캠프로 갔다. 여기서 빨리 만회하려는 의욕이 앞선 탓에 다리를 다쳤다. 시즌 개막까지 끝내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즌 초반 KIA의 성적이 좋았던 덕분에 김진우의 결장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5월 들어 팀이 힘에 부치기 시작하자 김진우가 필요한 타이밍이 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재활은 더뎠다. 김 감독은 김진우를 따로 불러 “2주 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실제 복귀는 6월 7일에서야 이뤄졌다. 그나마 4경기(1승 방어율 3.46)만 던진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아웃’으로 결말이 났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서 김진우의 이름은 당분간 지워지게 됐다.

사실 바깥에서 우려하는 것만큼 KIA가 받은 충격파는 적다. 없다시피 시즌을 치러온 데다 기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효과도 있었다. kt로 떠난 이대형에 이어 감독과 선수의 오묘한 궁합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김 감독과 김진우의 엇갈린 인연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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