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춘 스타’ 김승현 · ‘대세 배우’ 김강현, 연극 ‘춘천 거기’에서 마주하다

입력 2015-08-08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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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춘천 거기’ 프레스콜 기자회견장에서 김승현은 가장 왼쪽에 김강현은 가장 오른쪽에 앉았다. 그들을 바라보며 순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청춘 스타로 발돋움해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이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 단계씩 차분하게 배우의 길을 걸으며 이름을 알린 이였다. 출발점이 다소 달랐던 사람들이 ‘무대’라는 한 공간에서 만나 호흡을 하는 모습에 사람의 인연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두 사람은 현재 10주년을 맞은 연극 ‘춘천 거기’에서 열연하고 있다. 2005년 초연 당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매진행렬 기록했던 ‘춘천 여기’는 사랑에 관하여 뜨겁게 혹은 차갑게, 달콤하게 혹은 쓰디쓰게 표현했다.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변하지 않는 감정을 드러낸 이 작품은 벌써 10살을 맞은 수작이다. 최근 연극 작품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인 김승현은 ‘춘천 거기’에 한 선배를 통해 처음 도전했고 김강현은 10년 전 초연 때부터 함께 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선배님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처음으로 ‘배우’라고 인정 받았어요. 그래서 ‘춘천 거기’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제가 평생 스승과도 같은 연출가의 제안을 거절 할 수가 없었어요.” (김강현)

“동년배 배우들이 많아서 젊은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정말 재미있어서 계속 공연장에 와서 다른 배우가 하는 것도 보고 가거든요. 오죽했으면 ‘공연장에 좀 오지마’라는 말을 들을 정도예요.” (김승현)

극 중 두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성격이 다르다. 김강현이 분한 ‘영민’은 여자친구 ‘세진’을 사랑하지만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집착하는 남성이고 김승현이 분한 ‘지환’은 하룻밤을 보낸 ‘선영’을 순애보처럼 사랑하는 남성이다. 초연부터 ‘영민’을 도맡아왔던 김강현은 우스갯소리로 “‘지환’을 해보고 싶은데 복근도 없고 승현이처럼 잘생기지 않아서 못 한다”고 말하며 ‘영민’ 캐릭터를 다시 맡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나이를 먹고 젊음이 없어서…(웃음) 6년 전에 마지막으로 하려고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연출가님께서 함께 해달라고 하셨고 TV, 영화에서는 안 되는 ‘동안 연기’가 무대에서는 가능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영민이와 뜨겁게 인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김강현)

김강현은 예전 여자친구와 있었던 일도 살짝 털어놨다. 실제로 영민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 그는 “한 선배가 있었는데 내 예전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였다”며 “그 선배가 내 공연을 보러 온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 땐 정말…”이라며 웃으며 말을 줄이기도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흔하게들 말하지만 아마 김강현과 김승현에게는 정말 ‘강산’이 변할 정도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연을 올리려고 배우들끼리 돈을 모아 ‘춘천 거기’를 만든 막내 김강현은 어느새 대학로를 넘어서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우가 돼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김승현은 개인사로 인해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승현에겐 말하기 힘든 그만의 ‘어려움’일 수 있지만 “이젠 괜찮다”라며 솔직하게 답했다.

“10년 전, 배우들이 아동극을 하고 은행에서 휴대폰을 팔고 100만원씩 모으면서 ‘춘천 거기’를 만들었어요. 많은 사랑을 받은데다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처음으로 자신 있게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작품이에요. 그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연극 배우’라고 말하는 것이 창피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에 ‘빙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김강현)


“2005년에는 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제겐 과도기였던 시점이었어요. 2003년에 아이가 있다고 말하고 2년 정도 2005년 전까지는 방송 활동을 자제했었어요. 아이도 키워야 하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최근에 한 번 다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로 이슈가 되긴 했는데 당황하진 않았어요. 저는 군 복무를 하고 한참 동안 뭘 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가 모델로 연예인 생활을 해서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면서 제 자신을 돌이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김승현)

이를 귀담아 듣고 있던 김강현은 “대학로에서 승현이 공연을 보면서 같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춘천 거기’에서 만나게 된 거다. 처음엔 신기해서 말도 못 했다”며 “처음엔 서로 쉽게 다가가질 못했는데 술 마시고 이야기 나누면서 좋은 동생이란 걸 알았다. 사람 냄새도 많이 나고. 사는 곳이 가까워서 이젠 동네에서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술 코드’가 은근 맞더라”며 “공연 끝나면 거의 매일 대학교 MT 같은 활발한 분위기다. 술 마시면서 작품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중에도 사소한 농을 주고 받으며 친근함을 나타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출발점이 달랐듯 연기 생활 초반 가장 힘들었던 점도 상대적으로 달랐다.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김승현은 물질적인 충족감은 있었지만 그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김강현은 그 반대였다. 모델 생활을 하면서 갑작스레 배우까지 하게 된 김승현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고 극단의 막내로 생활하며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김강현은 자신의 청춘인 ‘사랑’을 떠나 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접’을 받으며 이 생활을 했어요. 단숨에 주연을 꿰차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남들의 기대 심리가 커지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제게 압박감으로 다가왔어요. 전 전혀 준비돼있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좋은 역할들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역을 맡으면서도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서 ‘차라리 무명시절부터 힘든 과정을 겪을 걸’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경제적인 면이 충족됐다면 반대로 정신적으로는 정말 힘들었어요. 게다가 올라섰다가 바닥을 치는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 때문에 더 힘들어요. 어떤 분들은 연극을 하면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이겨내야 하더라고요. 저 역시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견뎌냈죠. 마음이 훨씬 편해지더라고요.”(김승현)

“전 가난이 참 싫었어요. 연기를 하기 때문에 가난해지는 게 싫은 게 아니었어요. 제가 연극을 올리려고 잠깐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는데 되게 잘 벌었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가 ‘너 다시 연극으로 돌아갈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전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어요. 연극을 해서 후회한 적은 없어요. 단지 돈이 없어서 여자친구에게 지방 공연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돈이 없어서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현실이 싫었어요. 그때는 어렸으니까 제 청춘인 여자친구가 전부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난했던 게 싫었어요.”(김강현)

이에 김승현은 “돈 벌 생각을 했다면 연극을 안 했을 것이다.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고 배우로 인정 받은 느낌이 든다”며 “아마 강현이 형이 말하는 게 이런 부분일 거다. 다 같이 힘들지만 똘똘 뭉쳐 지금까지 견디면서 하는 연극이 좋은 거다. 혼자 하려고 했으면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들의 똘똘 뭉친 의리와 노력은 대학로에서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무대 분 아니라 화면을 통해 연기를 하고 있는 김강현과 김승현은 “앞으로 든든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승현은 극장을 지어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선후배들이 과거에 고생했던 일들을 아니까요. 그리고 요즘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고 계신 분들 선배님들 중에 조그맣게 극단도 꾸리시고 극장도 운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선배들을 본받아서 연극배우들이 나은 조건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김승현)

“저도 시나리오 보면서 배우들을 추천하기도 해요. 제가 아는 좋은 배우들이 하나 같이 잘 되면 좋죠. 제가 아직 부족하지만 다리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선배님들이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요. 제게 이런 시기가 왔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요.”(김강현)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춘천 거기’를 위한 한 마디를 남겨달라고 했다. 두 말 할 것 없이 “매진!”을 외쳤다.

“‘춘천 거기’의 마무리는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기왕이면 매진 됐으면! (웃음) 이 작품을 그리워해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김한길 연출가의 좋은 레퍼토리로 남았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나중에 ‘명예의 전당’으로 과거에 했던 멤버들이 공연에 오르는 것도 좋겠지요.”(김강현·김승현)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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