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SBS 송지나의 세상 속으로…국내 첫 레즈비언 주제 논란

입력 2015-08-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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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나

■ 1996년 8월10일

6일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 대법관에 임명제청됐다. 앞서 3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동성 결혼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법원장은 부부가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를 상대로 동성혼 부부의 법적 권리 인정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의 재판관이었다. 그가 대법관에 임명제청되면서 향후 사건의 향방이 새롭게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를 이끈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이들 부부와 저녁을 함께했다.

1996년 오늘, SBS ‘송지나의 취재파일-세상 속으로’가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레즈비언’편을 방송했다. 1994년 결성된 레즈비언 모임 ‘끼리끼리’ 회장을 비롯해 세 명의 여성 동성애자들이 아픔과 고뇌를 털어놓았다. 이미 KBS 2TV ‘추적 60분’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남성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여성 동성애자에 관한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처음이었다. 1995년 9월에는 이주영과 이승신이 주연한 MBC 베스트극장 ‘두 여자의 사랑’이 여성 동성애자의 사랑과 갈등을 그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몇 편의 드라마가 동성애 이야기를 담아냈다. “엄연히 존재하는 동성애(자)의 아픔과 사회적 현상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시청자의 가치 판단을 제공한다”는 의도였다.

반발은 컸다. “성적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이들의 방송을 통한 주장이 성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혼피로연’과 ‘크라잉게임’, ‘해피투게더’는 상영이나 방송, 수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전통윤리의 관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동성애 옹호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동성애 문제는 뚜렷한 사회적 틀 안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었다. 동성애자들의 카페가 생겨나고 ‘또 다른 세상’ 등 잡지도 등장했다. 연세대 ‘컴투게더’를 비롯해 각 대학에 동성애 모임이 생겨났고 이들은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처럼 존중돼야 하며 공동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성적 소수자의 선언을 내놨다. 사회가 다양화·다변화하면서 성에 관한 담론은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되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김조광수 부부, 트랜스젠더 하리수 등을 초청한 것에 대해 일부 개신교 단체 등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성애 문제는 여전히 첨예한 논쟁거리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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