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홍성흔 롱런 비결 ‘생각의 순발력’

입력 2015-08-2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홍성흔이 올 시즌 두 번째로 야구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그는 데뷔 8년차에 포수에서 지명타자로 변신하면서 성공을 거뒀지만, 다시 8년이 흐른 뒤 변화하라는 신호를 감지했다. 스포츠동아DB

올시즌 슬럼프…욕심 버리고 스윙폭 줄여
23일 kt전 1군 복귀하자마자 3안타 활약


KBO리그에 데뷔한 지 16년차의 두산 홍성흔(39)은 이번 시즌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다. 많은 기회를 줬던 두산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의 부진이 길어지자 “다른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하니 희생해 달라”며 2군행을 통고했다. 9일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홍성흔은 2군에서 조카뻘인 후배들과 땡볕에서 뒹굴었다. 1군에 부상선수 등 변동이 생기지 않았으면 자칫 2군에서 시즌을 끝마칠 뻔했지만 다행히 19일 1군에 컴백했다.

NC 이호준은 “나이 든 선수는 다쳐서도, 감기에 걸려서도, 슬럼프가 오래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베테랑이 자전거처럼 꾸준히 움직이지 않으면 주위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된다.

홍성흔도 고민이 많았다. 23일 kt전을 앞두고 원인이 무엇인지 자신을 되돌아봤다. 타율 0.252, 4홈런, 29타점이 보여주듯 팀의 중심타자로서는 한참 모자라는 성적이었다.

홍성흔은 “아직 힘은 있는데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한다”고 했다. 슬럼프의 원인으로 전보다 훨씬 떨어진 타격의 정확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8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위기설도 말했다. “프로선수가 된 지 8년 만에 포수에서 지명대타가 됐다. 그때도 힘들었다. 올해가 16년째인데 지명대타 8년 만에 또 문제가 왔다”고 했다. 홍성흔뿐만 아니다. 모든 선수들에게는 주기적으로 위기신호가 온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변신하라는 사인이다.

홍성흔은 8년 전 지명타자로 변신하면서 벌크업을 했다. 자신에게 남은 능력 가운데 공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장타와 파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최대치로 높이기 위해 힘을 길렀다. 8년 사이에 2번의 FA계약을 맺을 정도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왔다. 그러던 홍성흔에게 이번 시즌 또 한 번의 변신을 요구하는 사인이 나온 것이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선수생활의 끝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변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홍성흔에게 반농담 삼아 “방망이 절반만 잡고 휘둘러봐라”고 했던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의 문제를 2가지로 봤다. “나이를 먹으면 베테랑들은 순발력이 떨어진다. 스윙스피드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을 보는 눈이 나빠지면서 눈으로 보고 스윙으로 전달되는 시간도 길어진다”고 분석했다. 두산의 유지훤 수석코치도 선수생활 막판에 같은 경험을 했다. “몸은 되는데 눈이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를 한창 때처럼 잘 따라가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김태형 감독과 홍성흔이 찾아낸 해결책은 같았다. 먼저 장타 욕심을 버리고 스윙폭을 줄이기로 했다. 내 배트에 맞은 공이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우선 배트의 중심에 공을 맞히는 것에 신경 쓰기로 했다. 홍성흔은 프로골퍼 박인비의 드라이버 샷을 예로 들었다. “힘을 빼고 쳐도 공은 멀리간다”고 했다.

타격은 몸의 기억이 만드는 예술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멘탈에서 먼저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홍성흔은 “중심타자로서 꼭 내가 해결하겠다”는 부담감을 버리기로 했다. 그 바뀐 생각 덕분인지 23일 kt전에서 모처럼 3안타를 때렸다. 타율도 0.261(234타수 61안타)로 올랐다. 어쩌면 베테랑의 롱런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몸의 순발력이 아니라 생각의 순발력일지도 모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