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이정현 스크린 데뷔작 ‘꽃잎’, 아·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입력 2015-08-28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1996년 8월 28일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27일 현재까지 전국 40개관에서 4만여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체 박스오피스 11위, 하지만 다양성영화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살’과 ‘베테랑’ 등 여름 시즌 극장가를 장악한 기대작의 흥행세와 비할 수는 없지만 개봉 3주차에도 여전히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주역은 단연 이정현이다. 2억원의 제작비로 팍팍한 현실을 힘겹게 마주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속에서 이정현은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젊은 층에는 ‘테크노의 여전사’쯤으로만 기억될 수도 있을 이정현은 10대 시절 관객에게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 배우이다.

1996년 오늘, 그 첫 무대였던 영화 ‘꽃잎(사진)’이 제4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당시 영화제에서 ‘꽃잎’은 남자주인공 문성근에게 남우주연상을, 이정현의 엄마 역을 연기한 이영란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주었다. ‘꽃잎’은 이 같은 성과 속에서 그해 34회 대종상과 1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로 이정현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에 앞서 4월 개봉한 ‘꽃잎’은 장선우 감독의 연출로 최윤 작가의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원작으로 광주민중항쟁의 비극을 펼쳐냈다. 어머니의 죽임으로 세상의 혼돈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소녀 역이 이정현의 몫이었다.

이정현은 ‘꽃잎’에서 성인 연기자도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하고 파격적인 연기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영혼을 잃어버린 소녀와 공사장 인부의 동거와 학대 그리고 무관심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비극적인 항쟁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정현은 아픔을 자신의 여린 몸으로 표현해내며 찬사를 받았다.

1995년 당시 서울 명덕여고 1년생이던 이정현은 무려 3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꼽혔다. 학교 수학여행의 장기자랑대회에서 끼를 발산한 그를 눈여겨본 교사의 추천으로 이정현은 오디션에 응했다. 광주항쟁이 일어난 1980년생이기도 했다. 항쟁의 아픔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나이였지만 이정현은 촬영을 준비하며, 비극적 역사의 현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5000여 시민과 바로 그 비극을 촬영하며 울고 또 울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