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보이그룹은 느리게, 걸그룹은 빠르게…상반된 세대교체

입력 2015-09-04 0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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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국내 가요계에서 '메이저'라고 하면 아무래도 아이돌 시장이 첫 손에 꼽히곤 한다. 그만큼 많은 자본이 움직이는 시장이고, 또 이에 걸맞게 많은 그룹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곳이 아이돌 시장이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 보이그룹의 경우 세대교체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걸그룹의 세대교체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이그룹의 경우 지금과 같은 형태의 아이돌 1세대로 불리는 H.O.T가 등장한 이후 신화와 god 등을 비롯해 R.ef, 클릭비, 구피, 터보, NRG, 태사자, 원타임, 이글파이브 등등 많은 보이그룹들이 빠르게 등장했고 또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와 2006년 데뷔한 빅뱅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기를 얻는 보이그룹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2008년 데뷔한 샤이니와 2PM, 2009년 비스트, 2010년 인피니트, 2011년 B1A4, 2012년 엑소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정상급이라고 부를 만한 성과를 거둔 그룹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나마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과 2012년 데뷔해 뒤늦게 빛을 본 비투비정도가 유력한 다음 세대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실 보이그룹의 경우, 일단 인기를 얻고난 후에는 해체와 같은 최종단계만 밟지 않으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긴 편으로, 데뷔 17주년을 맞이한 신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일반적으로 여성팬들 위주로 팬덤이 형성되는 보이그룹은 시간이 지나도 충성도가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정상의 반열에 오른 그룹이 사회적인 물의를 빚을 정도로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급격하게 몰락하는 경우를 보기는 드물다.

그러나 걸그룹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1997년과 1998년 데뷔한 S.E.S와 핑클에서 소녀시대와 카라, 2NE1의 시대로 넘어오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씨스타와 에이핑크, AOA, 걸스데이 등 신흥 대세들이 이들을 앞지르는데 걸린 시간은 5년 정도에 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2012년 데뷔한 AOA 정도를 제외하고 2010년 데뷔한 씨스타와 걸스데이, 2011년 데뷔한 에이핑크 역시 지금은 '고참급'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2014년 데뷔한 마마무나 올해 데뷔한 여자친구 등 신인급 걸그룹들이 무서운 속도로 팬층을 쌓아나가며 선배들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물론 마마무나 여자친구의 인기가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걸그룹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마이비, 사진|마루기획


과거 가요계에서는 "보이그룹 키워서 빌딩 지은 사람은 봤어도 걸그룹 키워서 빌딩 올린 사람 못봤다"와 같은 농담이 있을 정도로 걸그룹은 수익성 모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음반시장이 음원시장으로 바뀌고 각종 공연 시장이 커지면서 씨스타나 시크릿, 걸스데이, 티아라 등과 같이 정말로 '빌딩을 올릴 정도'로 인기와 수익을 동시에 얻는 성공사례가 늘어났고, 이제는 많은 제작자들이 걸그룹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걸그룹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많은 걸그룹들이 줄줄이 데뷔를 하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데뷔한 러블리즈와 소나무, 여자친구는 데뷔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이미 이름알리기에 성공했고, 상반기 데뷔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CLC와 WM엔터테인먼트의 오마이걸, 뮤직K엔터테인먼트의 디아크 등도 자주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아이돌 명가 DSP미디어가 야심차게 선보인 에이프릴의 경우 신인치고는 상당히 높은 음원순위와 음반판매량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초신성 등으로 유명한 마루기획이 처음으로 선보인 걸그룹 마이비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앞세워 고른 연령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 MBK엔터테인먼트의 다이아와 김조한이 프로듀싱한 그룹 유니콘, JYP의 기대주 트와이스, K팝스타 출신의 짜리몽땅 등도 하반기 데뷔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은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데뷔가 훨씬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데뷔하는 팀의 증가가 반드시 걸그룹의 빠른 세대교체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지금 거론된 걸그룹 중 이른바 '대세'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그룹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걸스데이는 데뷔곡 '갸우뚱'을 발표할 당시 '과연 다음 앨범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혹평을 받았고, 에이핑크도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신인 걸그룹 네이밍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AOA 역시 데뷔곡 '엘비스'와 'Get Out', 'Moya'(AOA 블랙), '흔들려'가 줄줄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실패한 그룹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진부하지만 거의 항상 들어맞는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명제처럼 지금의 걸그룹중에서도 분명 '대세'에 오르는 그룹이 탄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세는 누가 될 것인지, 또 얼마나 빨리 정상에 오르는 지를 지켜보는 것도 현재 가요계를 즐기는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에이프릴, 사진|DSP미디어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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