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마룬5가 ‘대한민국의 국민 밴드’인 이유

입력 2015-09-08 09:3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룬5,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룬5,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국내 모든 뮤지션을 통틀어도 평일에 열리는 서울 체조경기장에서의 2회 공연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티켓파워를 지닌 이는 손에 꼽는다. 더욱이 뮤지션의 장르를 락 밴드로 한정하면 손에 꼽는 수준이 아니라 전무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건너온 이 밴드는 체조경기장 평일 2회 공연의 모든 티켓을 문자 그대로 ‘순식간에’ 매진시켰다.

‘국민’이라는 타이틀이 순수하게 ‘가장 인기 있는’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면 지금 현재 마룬5는 ‘대한민국의 국민 밴드’가 확실하다.

마룬5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자신들의 정규 5집 ‘V’ 발매기념 월드투어의 첫 번째 한국 공연을 7일 개최했다.

사실 이날 공연은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전날 개최하기로 예정됐던 대구에서의 공연이 불과 공연시작 2시간 전에 10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공연장으로 가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공연 연기 사실을 뒤늦게 전달받은 사람들도 많았던 데다가, ‘국민밴드’ 마룬5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실망감은 더 커졌다. 그렇기 때문에 마룬5를 비난하는 여론도 많았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난무했다.

그렇다고 이날 서울 공연에서 관객들의 집단 보이콧이 발생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체조경기장은 일찌감치 관객들로 꽉 들어찼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서 들어오는 관객도 상당수 있는 등 여느 때와 그리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오프닝 공연에서 발생했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 게스트는 더티룹스로, 약 30여분 동안 6곡의 무대를 선보였고, 이후 다시 30분정도의 무대 정비 시간이 있은 후에 마룬5의 본 공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오프닝 공연에 다소 익숙하지 않은 몇몇 관객들은 이 1시간을 마룬5의 총 공연시간에 포함된 것으로 오해하거나, 무대 세팅에 걸린 30분을 공연지연으로 생각하면서 SNS 등에 불만을 제기해 대구공연 연기에 이어 서울공연은 지연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마룬5,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룬5,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는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이날 마룬5는 오후 8시 57분에 무대에 올라 오후 10시 27분에 무대를 마쳐 정시에 공연을 시작하고 또 90분의 공연 시간을 정확히 채웠다.

어찌됐든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전 시킨 건 역시나 마룬5의 노래였다.

각종 동물의 울음소리에 맞춰 무대에 등장한 마룬5는 곧 ‘Animal’의 연주를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관객들에게는 연신 환호와 떼창이 터져 나왔다.

이는 ‘One More Night’, ‘Stereo Hearts’, ‘Harder to Breathe’, ‘Lucky Strike’ 등 노래가 거듭될수록 커졌으며, ‘Maps’나 ‘This Love’와 같은 메가 히트곡 무대가 시작되자 절정에 다다랐다.

그리고 ‘Sugar’을 끝으로 앙코르를 포함해 90분간 총 17곡의 노래가 모두 끝이 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마룬5’로 바뀌어있었다.

사실 마룬5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는 조금 유별난 데가 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해외 가수에 대해 지극히 폐쇄적인 가요계에서 마룬5는 이런 극악한 환경을 뚫고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유일한 해외 밴드로, 시쳇말로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프론트맨 아담 리바인의 섹시함, 이들이 종종 보여준 한국에 대한 애정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마룬5 역시 한국에서 자신들의 인기와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는 밴드로, 이는 그리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이날 공연을 위해 목뒤에 파스를 붙이고 무대에 오른 아담 리바인의 모습이 증명해 준다.

예기치 못한 공연 연기 사태로 잠시 소동이 일었지만, 셋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Lost Stars’를 부르고, 자신의 한국인 친구 페이스북을 홍보하며, “이곳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라고 말하는 아담 리바인의 모습은 마룬5가 왜 미워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 밴드’인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마룬5는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10일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이어가며, 두 공연 모두 더티룹스가 오프닝 밴드로 함꼐 한다.
마룬5,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룬5,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