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고 커지는 야구장, 팀 컬러 변해야 산다

입력 2015-09-0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은 내년 서울 고척돔(사진)으로 이전할 것에 대비해 팀 컬러를 바꾸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잠실구장을 썼던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NC)이 발 빠른 외야수를 내세운 기동력의 야구를 했듯 구장의 특성에 따른 새로운 야구를 구상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고척돔, 중앙 122.167m·좌우 99.116m
염경엽 감독 “발 빠른 외야수로 변화 대비”
8각형 라이온즈파크 삼성 투수진에 부담


1913년부터 뉴욕 자이언츠의 홈구장 폴로 그라운드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뉴욕 양키스는 1920년 보스턴에서 이적한 베이브 루스의 폭발적 활약으로 엄청난 흥행 수입을 올린다. 탄탄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양키스는 1923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 초현대적 시설을 자랑하는 양키스타디움을 개장한다. 당시 양키스타디움은 우측 펜스는 약 90m, 좌중간은 무려 140m로 매우 비대칭적이었다. 좌타 거포에게 극도로 유리한 구조였다. 양키스타디움은 루스가 지은 집이기도 했지만, 루스를 위해 지은 집이기도 했다. 야구장은 프로스포츠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기장의 규격이 제각각이다. 그 영향으로 다양한 개성을 갖춘 야구장이 곳곳에 등장했고, 야구만의 특별한 즐거움을 안겼다. 특히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 점점 커지는 KBO리그의 야구장들

KBO리그에선 최근 연이어 새 구장이 문을 열고 있다. 1980년대 담배 연기와 소주 향이 자욱한 비좁은 공간이었던 야구장이 리모델링과 신축을 통해 ‘공원’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야구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개장을 앞둔 서울 고척돔은 홈에서 펜스까지지 길이가 중앙 122.167m, 좌우 99.116m에 이른다. 넥센이 이전할 경우 내년부터 전혀 다른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현재 목동구장은 중앙이 118m, 좌우가 98m다. 좌중간이 깊지 않고, 펜스 높이도 2.4m로 높지 않다. 내년부터 비거리 120m의 타구는 고척돔 가운데 담장을 넘지 못한다. 목동에선 홈런이지만, 고척돔에선 외야 플라이다. 4m에 이르는 펜스까지 이중벽이 홈런을 막는다.

넥센은 이 같은 구장환경 변화에 대비해왔다. 염경엽 감독은 기동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염 감독은 “잠실의 넓은 외야를 보고 어깨 강하고 발 빠른 외야수를 집중적으로 키워 팀의 주무기로 만든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NC)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자주 밝혀왔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고척돔으로 이전하면 홈런 숫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병호의 해외 진출도 이뤄진다면, 넥센은 급격히 팀 컬러를 바꿀 수밖에 없다. 넥센은 이미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타원이 아닌 직각 외야의 라이온즈파크

팀 타율 3할의 팀 삼성도 넥센 못지않은 타격의 팀이다. 불펜의 힘으로 수차례 정상에 섰지만, 화끈한 홈런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삼성을 상징하는 팀 컬러였다. 내년 개장하는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선 이 같은 팀 컬러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현 대구구장(중앙 120m-좌우 99m)보다 큰 중앙 122m-좌우 99m 규모지만, 외야가 타원이 아닌 중앙에서 코너로 직선으로 이어지는 8각형 구장이다. 중앙은 깊어졌지만 타구의 방향에 따라 좌우 양쪽 끝 방향은 홈런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새로운 숙제다.

NC의 홈 창원에도 2019년 새로운 야구장이 들어선다. 아직 설계단계지만, 새 야구장 펜스길이는 중앙 122m-좌우 102m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현 마산구장보다 훨씬 크다. 홈런타자가 즐비한 NC도 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