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치외법권’ 최다니엘, 전라노출 제안한 이유

입력 2015-09-11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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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장나라 임은경 등 주로 연상과 호흡을 맞춰온 최다니엘은 “누나들과 함께해서 좋았지만 이제는 동갑이나 연하와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스피드’처럼 두 사람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극적인 만남이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A.
안경이 잘 어울리는 훈남 배우 최다니엘. 데뷔 후 10년 동안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중적이고 친근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동안미녀’ ‘학교 2013’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그의 영화들은 주로 어둡고 무거웠다. 역할 또한 도전적이고 파격적이었다. 최다니엘은 ‘공모자들’의 반전 캐릭터로 주목받더니 올해 개봉한 ‘악의 연대기’에서는 마약에 빠진 성 소수자 역을 통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어둠의 길을 지나던 그가 과감하게 핸들을 꺾었다. 이번에는 B급 코미디다. 그가 선택한 영화 ‘치외법권’은 분노조절 안 되는 프로파일러 정민(임창정)과 여자에 미친 강력계 형사 유민(최다니엘) 콤비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범죄조직 보스를 잡기 위해 무법수사팀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코믹 액션극.

최다니엘이 연기한 유민은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형사로 화려한 범인 검거 경력을 가지고 있으나 성충동 조절 장애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병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설정부터가 기가 막힌다. 최다니엘은 이 엉뚱한 인물을 위해 안경과 함께 무거움을 내려놨다.


Q. ‘치외법권’은 어떤 영화인가.

A. 요즘 국내든 해외든 영화는 투자가 들어가야 하니까 ‘안전한 영화’를 많이 찍잖아요. B급 스타일의 영화가 나와도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고 IPTV로 넘어가고요. 분명 그런 정서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데 영화 시장이 단일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는 메이저도 마이너도 아니고 또 너무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영화예요. 메이저의 모퉁이에서 B급 스타일을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면서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김치 불고기 리조또’처럼 퓨전요리 같다고 할까.


Q. 원래 B급 코미디를 좋아하나.

A. 완전 좋아해요. 주성치 영화의 경우 거의 다 봤고 DVD도 샀을 정도예요. ‘플래닛 테러’나 ‘마세티 킬즈’ 같은 영화 보면 말도 안 되는 액션이 많잖아요. 저는 재밌게 봤는데 이제 그런 작품들이 점점 추억이 되어 가는 게 안타까워요.


Q. 성충동 조절 장애를 겪는 유민 캐릭터는 어떻게 완성했나.

A. 정진(임창정)은 되게 단순한데 유민은 플롯이 까다롭더라고요. 시나리오에서는 그를 설명할 게 별로 없어서 ‘어떻게 하면 유민을 부각시킬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 중 파티 몽타주와 방은희 선배님과 모텔에서 ‘하는’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었어요. 다 현장에서 만든 거예요. (속옷 차림의) 파티 신은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느낌으로 찍었어요.

모텔 신의 경우 시나리오상 방은희 선배와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가운 입은 채로 대화 나누는 신이었어요. 촬영 당일 제가 선배에게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들어오는 것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어요. 방은희 선배는 원래 설정대로 속옷을 입고 저는 벗었죠. 다 벗은 채 서 있고 주요부위를 모자이크 대신 남편의 머리로 가리는 것도 생각했는데 그건 안 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하하.


Q. 남자 배우도 여배우 못지않게 노출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A. 작품에 녹아드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노리고 한 의도가 보이는 노출은 안 좋아해요. 처음부터 대본에 벗는 것으로 되어 있거나 노골적인 정사신이 있었으면 이 작품을 아예 안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이 부분은 작품 안에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녹아들 수 있겠다 싶어서 벗든 춤추든 상관없을 것 같아서 했어요.


Q.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가.

A. 내긴 해요. 단, 대본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런데 애드리브로 보면 제가 목장 안에 있는 양이라면 창정이 형은 야생 멧돼지 스타일이에요. 피터팬 따라서 밖으로 나가듯이 새로운 세상을 본 느낌이었어요. 대본 안에만 갇혀 있다가 창정이 형을 보면서 ‘저런 생각도 할 수 있네’라고 깨달았거든요. 형이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냈어요. 재밌었지만 너무 새로우니까 낯설어서 힘들어한 적도 있었어요.


Q. 갑자기 애드리브를 던져도 받아야 하니 많이 당황스러웠겠다.

A. 네. 저는 마음속으로 알바벳 ABCD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히라가나를 하는 식이에요. 그래도 NG가 나면 안 되니까 어떻게든 해봤죠. 당황스럽긴 했지만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창정이 형은 천재적인 배우인 것 같아요.


Q. 반대로 최다니엘 씨가 애드리브를 하면 잘 받아줬나.

A. 그럼요. 그런데 저는 애드리브를 할 정신 상태가 아니었어요. 창정이 형 애드리브를 받기 바빠서 ‘멘탈붕괴’였거든요.


Q. 프로필상 임창정과 15cm 차이 나는데 연기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제작보고회에서도 ‘매너 다리’를 하기도 했다.

A. ‘매너 다리’ ‘매너 상자’ 등 온갖 매너를 다 동원했어요. 풀샷처럼 본의 아니게 매너를 쓸 수 없는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형이 ‘거인 같으니 뒤로 가라’고 해서 ‘매너 뒷걸음’을 했죠.(웃음). 관계자들은 우리를 보고 톰과 제리나 성룡과 홍금보처럼 ‘안 어울리는데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Q. 극 중 액션이 많더라. 액션 연기를 해본 소감은.

A. 창정이형이나 저나 액션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잖아요.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특히 클럽 신은 꼬박 50시간 동안 찍었어요. 하라는 것만 하면 되니까 쉬웠는데 육체적으로는 너무 힘들었죠. 진짜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중독성이 있어서 다시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제대로 된 액션 영화보다는 액션이 ‘가미’된 영화 정도.

인터뷰②에 계속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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