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김혜수 플러스 유’ 첫 게스트 신동엽

입력 2015-09-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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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9월 23일

7월20일 오후 6시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는 배철수가 아닌 다른 목소리의 DJ가 마이크 앞에 앉았다. DJ는 배철수가 25년간의 방송 활동을 기념해 휴가를 떠나면서 마련된 ‘배철수의 음악캠프 대타DJ 축제’ 가운데 이틀을 채웠다. 배우 김혜수였다.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임을 느끼게 하는 멘트로 청취자를 만났다.

“아는 게 덫일 때가 있다. 너무 잘 알아서 정작 봐야 할 것을 못 볼 때가 있다. 토크쇼까지 해봤는데 어련하겠어, 하지만 지금 이 자리 쉽지 않다.”

김혜수는 오랜 시간 청룡영화상 MC로 활약하며 세련된 파격의 의상으로 늘 화제를 모은다. 그의 진행솜씨가 빛을 발한 또 하나의 무대, SBS ‘김혜수 플러스 유’이다.

1998년 오늘, 김혜수가 그 첫 무대의 진행석에 앉았다. 이젠 스타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 드물 만큼 예능프로그램과 토크프로그램의 포맷이 다양해졌지만 1990년대는 스타의 이름을 당당히 프로그램 제목에 붙인 토크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았다. ‘김혜수 플러스 유’(사진)도 그랬다.

김혜수는 ‘김혜수 플러스 유’ 진행을 처음 제안받고는 “내 길이 아니다”며 가볍게 거절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설득 끝에 결국 마이크를 잡았다. 옆에는 입담 좋은 모델 출신 차승원이 고정 패널로 자리를 지켰다. 김혜수는 첫 게스트로 당시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개그맨 신동엽을 초대했다. 뒤이어 고소영, 안양예고 동창인 남희석과 이상아, 이정재, 정우성,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강수연과 진희경, 김여진 등이 연이어 출연했다.

김혜수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솜씨를 발휘했다. 나무소재의 세트에는 영사기와 축음기 등이 설치되는 등 지적인 느낌도 주었다. 당시 토크프로그램의 세트 제작비가 대체로 500만원선이었지만 ‘김혜수 플러스 유’는 20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김혜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게스트를 만나며 대화를 나눴다. 제작회의에 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게스트를 위한 선물도 직접 준비한 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스스로도 많이 성숙해졌다고 훗날 돌이켰다.

그리고 23개월 뒤인 2000년 8월2일 100회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떠났다. 진행 제안을 받아들이며 제작진과 나눈 약속을 지키는, ‘유종의 미’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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