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분노유발자’ 광기에 빠지다

입력 2015-09-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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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만큼 존재감이 강렬한 캐릭터가 또 있을까. 손창민과 조현재, 손병호(맨 위쪽부터)는 악랄한 배역으로 각기 출연작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사진제공|SBS·MBC

■ 드라마 막장 ‘악역 3인’의 매력 분석


‘내딸 금사월’ 손창민, 불륜·천륜 광기에 시청률 쑥
‘용팔이’ 조현재, 살인 밥먹듯하는 악마 긴장감 업
‘미세스캅’ 손병호, 부패 일삼는 악인 미친 존재감


‘분노유발자’들의 세상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차원이 다른 ‘막장 악역’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 악역은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내면서 동시에 드라마의 인기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시청자는 말 그대로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면서도, 마치 중독된 듯 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의 손창민,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의 조현재, 월화드라마 ‘미세스캅’ 속 손병호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각 드라마에서 자신의 욕망과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비열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악랄함이 최고조에 달하면 달할수록 시청 몰입도는 더 높아지고, 시청률 수치도 치솟는다.

손창민은 살인과 불륜을 넘어 천륜까지 거스르며 아내인 전인화를 괴롭히며 극심한 광기를 드러내기 일쑤다. 손창민이 욕먹는 덕분에 드라마는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며 19일 방송으로 18.4%를 기록했다.

‘용팔이’ 속 김태희의 이복오빠로 등장하는 조현재는 동생과 그의 남편 주원에게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며 극적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극중 재벌그룹의 서자로 태어나 겪은 콤플렉스를 김태희와 그 주변인물들에 대한 악행으로 풀어내며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른다. 악인이 아니라 악마로 묘사될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악인은 또 있다. ‘미세스캅’의 손병호는 겉으로는 국회의원을 꿈꾸는 번듯한 재벌이지만, 알고 보면 뼛속까지 악질이다. 주인공인 서울지방경찰청 강력팀장 김희애를 괴롭히는 것을 떠나 돈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덮으려 들 때 시청자의 분노는 끓어오른다. ‘미세스캅’ 역시 손병호의 악역 연기로 시청률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실 악역은 일정 수준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현하기 쉽지 않다. 손창민과 조현재, 손병호는 강한 개성과 연기력으로 이 같은 악역으로 나타나 시청자의 분노를 사고 있지만, 결국 이는 이들의 연기에 그만큼 보는 이가 빠져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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