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괴물’ 뮤즈, 서울을 씹어삼키다 [콘서트]

입력 2015-10-01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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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사진|엑세스 이엔티

밴드 뮤즈(MUSE)가 괴물같은 라이브 무대로 서울의 밤을 집어 삼켰다.

뮤즈는 9월 30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년만의 내한 공연을 열고 이들을 기다려온 1만 1천여 관객들을 맞이했다.

자신들의 새 앨범 'Drones'의 발매 기념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공연인 만큼 신곡 'Psycho'로 콘서트를 시작한 뮤즈는 'Reapers', 'Dead Inside' 등의 신곡은 물론 'Plug In Baby', 'Supermassive Black Hole', 'Madness', 'Time Is Running Out', 'Starlight', 'Uprising' 등 자신들의 대표곡들을 골고루 셋리스트에 포함시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약 90여분 동안 이어진 공연은 앙코르 곡 'Mercy'와 'Knights of Cydonia'까지 17곡이 연주된 후에야 끝이 났고, 시종일관 땀과 열기, 환호성을 뿜어내던 관객들은 오히려 공연 이후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

뮤즈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어마어마한 라이브에 있다. 3인조 그룹(라이브에서는 모건 니콜스가 함께 하지만)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꽉 짜여진 사운드와 현란한 연주, 아찔한 보컬을 선보이는 뮤즈는 스튜디오와 라이브가 차이가 없는 그룹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괴물같은 라이브 실력은 이날 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돼, 매튜 벨라미와 크리스 볼첸홈, 도미닉 하워드는 단 1%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완성해냈다.

또 이처럼 믿고 보는 뮤즈인 만큼 매 곡이 울려 퍼질때마다 1만여 관객들의 '떼창'과 '코러스', '입기타'까지도 사전에 연습한 것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는 매우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사실 뮤즈가 이처럼 평일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국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조금 의아함이 들기도 한다.

뮤즈, 사진|엑세스 이엔티


물론 뮤즈가 세계적으로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밴드이고, 괴물같은 라이브도 이미 정평이 나 있긴 하지만, 대대로 국내에서 인기를 누린 밴드나 해외 가수들은 '소프트'한 음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즈는 굉장히 하드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로, 여기에 곡의 대부분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띄고 있다. 더욱이 가사까지도 철학적이고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국내 가요계의 정서로 봤을 때 절대 '대중적인' 밴드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즈는 국내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밴드로, 마룬5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층을 지닌 밴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우스갯소리로 '와우 네임드' 드레이크독(용개) 덕에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실제 이날 공연에서 'Plug In Baby'가 시작됐을 때 많은 관객들이 유난히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분명 드레이크독이 뮤즈를 알리는데 도움을 줬을지 몰라도 이것이 직접적인 인기의 이유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뮤즈의 이런 높은 인기의 이유에 대한 의문은 이날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콘서트의 관객들의 연령층은 대부분이 10~20대들로, 과거 '80~90년대 메탈 키드'가 바라보는 록스타의 역할을 뮤즈가 하고 있는 셈이었다.

즉 지금의 많은 록키드들에게 뮤즈의 음악 스타일과 메시지는 (중2병이라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세련되고 멋진 밴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드한 사운드 속에 아름다운 멜로디를 뽑아내는 뮤즈 특유의 능력과 몽환적이고도 귀를 사로잡는 매튜 벨라미의 보컬 역시 국내 음악팬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해 지금의 뮤즈는 대중적인 인기만을 놓고 보면 마룬5에 미치지 못하고,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로 인해 '게이머들의 밴드'라는 타이틀 역시 이매진 드래곤스에게 넘겨준 지 오래다.

하지만 뮤즈는 여전히 특유의 (매력이 아닌)마력을 뿌려대는 '마성의 밴드'로 확고한 지지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는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그리고 스탠딩뿐만 아니라 지정석에서까지 점프를 멈추지 않은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확실히 증명해 주었다.

뮤즈, 사진|엑세스 이엔티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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