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건우가 한꺼번에 이룬 두 가지 소원

입력 2015-10-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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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

두산 박건우(25)는 사실 이미 소원을 이뤘다.

“가을잔치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게 꿈”이라고 말해왔고,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 실제로 포함됐다. 시즌 개막 때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희망’이었는데, 어느새 ‘현실’이 된 것이다.

박건우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PO 1차전을 앞두고 “정말 내가 포스트시즌에 나왔다는 게 실감도 잘 나지 않는다. 선발출장하지는 못 하겠지만, 기회가 오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잘 준비하고 있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박건우의 소망은 또 다시 이뤄졌다. 그것도 믿기 힘들 만큼 드라마틱하게 완성됐다.

두산이 9회말 극적으로 동점을 이루면서 3-3으로 넘어간 연장전, 박건우는 10회말 1사 2루서 오재일 대신 타석에 섰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 타석이 너무 중요한 타이밍에 돌아왔다. 웬만한 타자라면 타석에서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순간. 박건우는 넥센 왼손투수 김택형의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타구가 우중간을 향해 날아갔다. 2루주자 장민석이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섰다. 가을의 첫 타석에서 극적인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동시에 박건우는 준PO 1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돼 100만원 상당의 타이어뱅크 아이어 교환권을 받게 됐다. 역대 준PO 8번째이자 포스트시즌 24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대타 끝내기 안타는 준PO 최초이자, 역대 포스트시즌 2번째 기록이다. 종전까지는 1996년 10월 7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쌍방울 박철우가 현대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박건우는 경기 후 “6회 정도부터 계속 대타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준비하는 동안 경기가 계속 타이트하게 후반까지 가서 ‘오늘은 못 나가겠구나’ 싶었다”며 “용병투수 둘을 모두 쓰는 바람에 용병타자 데이빈슨 로메로가 못 나가는 상황이 돼서 나에게 기회가 왔다. 어떻게든 쳐보려고 대기타석에서 김택형의 공을 보면서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건우는 늘 절친한 친구이자 동기생인 정수빈의 그늘 아래 있었다. 두산이 가을잔치에 나설 때마다 친구의 활약을 보며 박수를 치고 격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날도 그랬다. 1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정수빈이 천금같은 안타를 치고 돌아오자 “부럽다. 나도 잘 하고 싶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때 정수빈은 박건우에게 “너한테도 곧 기회가 온다.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의 격려는 결국 ‘예언’이 됐다. 두 친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서 수훈선수로 나란히 앉았다. 박건우는 “10회말 타석에 나가는데 수빈이가 ‘건우야, 네가 끝내고 들어오라’고 말해줬다. 그 덕분에 이렇게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수빈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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