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이현승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특유의 낙천성과 자신감을 앞세워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마음 집중하니 오히려 더 공 좋아져
“정신은 몸을 지배한다.” 멋있는 말이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반대로 몸이 정신을 컨트롤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두산 이현승은 우리 나이로 서른셋에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관록은 쌓였지만, 투수로 신체적 전성기와는 서서히 멀어지는 시기다. 그러나 그의 직구 구속은 오히려 20대 중반 때보다 더 빨라졌다. 최고 시속 148㎞의 빠른 공을 던진다. 물론 평균 구속은 아니다. 그러나 제구력이 강점이었던 왼손 투수가 150㎞에 가까운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타자들을 어렵게 한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뿐만이 아니다. 타자들이 느끼는 공의 힘은 훨씬 강해졌다. 특유의 배짱 있는 투구는 타자 몸쪽을 파고든다. 타석에 50홈런 타자 박병호(넥센)가 서있어도 ‘절대 못 친다’는 마음으로 몸쪽 공을 던진다.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한 데도 시즌 중반 마무리를 맡아 18세이브를 기록한 이현승의 힘이 컸다. 방어율 역시 2.89로 준수했다.
선발로 13승을 기록한 2009년보다 더 강력한 공을 던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현승은 “전력을 다해 한 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투수다. 물론 8회에 등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조건 내가 마지막 투수다’라는 마음으로 집중하니 공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무리투수는 신체적 능력과 함께 무거운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 성격이 중요하다. 성격이 밝지 못하다면 차라리 극도로 이기적인 편이 마무리투수에 잘 어울린다. 그래야 무서운 늪이 될 수 있는 자책감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을 빨리 잊을 수 있다. 이현승의 얼굴에선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왼손 중지 부상을 당했을 때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의사가 구부리면 안 된다고 했다. 욕하는 게 절대 아니다”며 오히려 장난을 쳤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이현승이 있기에 오늘도 두산 불펜은 활기차다.
마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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