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연극으로 한국관객에게 첫 선

입력 2015-10-26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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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연극으로 한국관객에게 첫 선

세계 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가 세계적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의 손에 의해 연극으로 재탄생됐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2012년에 초연되었으며 11월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들을 처음으로 만난다. 이번 공연은 2015년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가의 팔순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뉴욕 링컨 센터, 런던 바비칸 센터, 일본 사이타마 예술극장, 싱가포르 에스플라네이드 등 최고 명성을 지닌 극장에서 세계의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며 마지막으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뜻 깊은 대미를 장식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2년에 발표한 ‘해변의 카프카’는 2005년 뉴욕 타임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손꼽는 그의 대표작이다.

‘해변의 카프카’는 영화나 연극을 위한 소설 판권을 잘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하루키의 장편소설 중 처음으로 연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를 무대로 옮긴 니나가와 유키오는 비영어권에서는 최초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연출가로 위촉되었으며, 일본 예술계 최고 영예인 ‘일본 문화훈장’을 수상하는 등 아름다운 무대 미학과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세계 연극계의 추앙을 받는 거장 연출가다.

‘해변의 카프카’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현실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끊임없이 방황하며 삶과 죽음, 어른과 아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하루키가 최대의 문학적 역량을 기울여 탄생시켰다는 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미국 연극계를 주도하는 극장 중 하나인 시카고 스테판울프 씨어터 출신의 극작가겸 연출가 프랭크 갈라티(Frank Galati)가 대본으로 각색했고, 니나가와가 달인의 경지에 오른 연출력을 통해 넓고도 깊이 있게 무대 위에 펼쳐낸다.

눈이 황홀할 만큼 아름답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통해 단 3분 안에 관객들을 연극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니나가와 연출가는 2014년 ‘무사시’ 공연에서 커다란 대나무 숲이 움직이는 장관을 만들어냄으로써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대나무 숲 장면만큼이나 규모에 있어서 엄청나고 미학적인 면에 있어서 더욱 디테일한 무대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니나가와는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여러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복잡하고 광활한 소설 속 세계를 26개의 거대한 투명 유리 상자 세트(실제로는 아크릴)를 이용해 상징적으로 구현해낸다. 마치 마술적인 환상 세계를 전시하는 쇼케이스처럼 이 유리 상자들은 여러 가지 조합과 동선으로 무대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저택이 되었다가 공원, 고속도로로 변하기도 하고, 장서가 가득 들어찬 도서관, 그리고 깊은 숲 속 신비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며 역동적이고도 압도적인 스케일로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이번 공연에는 일본 연예계의 떠오르는 신성 후루하타 니노가 주인공 카프카 역으로 분하며, 1980~90년대를 군림했던 일본 최고의 아이돌 스타에서 최근 개봉한 ‘종이달’에서 입증되었듯이제는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는 대배우로 성장한 미야자와 리에, ‘건어물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인기 드라마 ’호타루의 빛’의 부장역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후지키 나오히토 등 그야말로 막강한 배우진들이 함께한다.

특히, 18살의 나이에 발간한 누드 사진집 ‘산타페’로 국내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미야자와 리에는 ‘해변의 카프카’외에 ‘시타야 만넨쵸 이야기’, ‘맹도견’ 등 니나가와 연출가의 작품에 출연한 바 있으며, 2005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토니 타키타니’에서 1인 2역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스타와 배우들이 섬세하고도 완벽한 호흡으로 이뤄낸 무대는 소설 속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마치 곁에서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한 느낌과 더불어 소설 속의 초현실적인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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