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5년 전 소속 선수들에게 ‘도박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나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삼성은 25일 주축 투수인 윤성환, 안지만(가운데), 임창용(왼쪽)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가 소속 선수들의 도박문제와 관련해 이미 5년 전 ‘도박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구단은 2010년 일부 선수들의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상습 출입을 확인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구단은 특단의 조치로 선수단에 ‘카지노 출입 및 도박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각서에는 ‘이를 어길시 임의탈퇴 처분을 받는다’는 내용과 함께 모든 책임을 직접 지는 것이 포함됐다.
삼성 구단은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도 함께 받았다. 그리고 강원랜드에 선수들의 출입 제한을 요청하는 강경 조치도 함께 취했다. 삼성 선수들의 각서 제출과 카지노 출입 제한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그동안 구단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각서를 제출했던 한 선수는 “임의탈퇴 내용이 있기에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KBO는 전 구단 선수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통일계약서에 2010년까지 도박이나 개인정보 제공 등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수정되고 2012년부터 적용된 새 계약서부터 17조에 ‘모든 도박, 승부조작 등과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이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계약서와 함께 제출할 것을 승낙한다’고 규정했다. 2010년 이후 삼성은 선수들에게 각서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2012년부터 계약서에 이 조항이 삽입됨에 따라 그 후 입단한 신인이나 트레이드 등 외부 영입 선수들에게도 같은 효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이 각서를 제출하고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일탈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삼성은 26일부터 시작되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엔트리를 발표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에도 뽑힌 핵심 투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이 제외됐다. 이 중 윤성환과 안지만은 각서가 작성된 2010년 당시 삼성 소속이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