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신태용 감독 “U-17 후배들이여 ‘쫄지 말고’ 즐겨라”

입력 2015-10-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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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올림픽대표팀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신태용 감독의 U-17월드컵 첫 8강 추억

28년전 이탈리아와 8강전 아쉬운 0-2 패
해외대회 많이 ‘쫄았지만’ 성장에 큰 도움
한국 월드컵 4강 저력 믿고 부담감 떨쳐라

최진철(44)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29일 오전 8시(한국시간) 벨기에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칠레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조별리그를 2승1무로 통과한 ‘최진철호’가 벨기에를 꺾으면 한국축구는 1987년 캐나다대회와 2009년 나이지리아대회에 이어 통산 3번째로 이 대회 8강에 오르게 된다. 한국이 8강에 처음 올랐던 1987년 주축 선수로 활약한 신태용(45·사진) 올림픽대표팀 감독 겸 국가대표팀 코치와 함께 ‘첫 8강의 추억’을 되돌아보고, 그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었다.

4강에도 갈 수 있었는데…. 아쉬움으로 남은 이탈리아전

U-17 월드컵은 1985년 중국에서 첫 걸음을 뗀 이후 2년마다 개최돼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초창기에는 16세 이하 유소년이 참가했지만, 1991년 이탈리아대회부터 17세 이하로 참가범위가 확대됐다. 16세에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캐나다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 나섰던 신태용 감독은 27일 “내 축구인생을 바꾼 큰 경험이었다”고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신 감독과 서정원(현 수원삼성 감독), 김봉수(현 A대표팀 골키퍼코치)가 주축을 이룬 당시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거두며 B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16개국이 출전한 그 때는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곧바로 8강이었다. 신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 미국전에서 1골씩을 터트리며 8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아쉬움으로 남는 기억은 이탈리아와의 8강전. 한국은 0-2로 패했는데 신 감독은 “비록 졌지만 내용상으로는 대등한 경기였다. 우리 팀이 크로스바를 2번이나 때렸다. 그것만 들어갔더라면 멕시코 4강 신화(1983년 U-20 월드컵)를 우리가 재현할 수도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기억 하나. “섬(세인트존)에서 대회가 열렸는데 그때만 해도 캐나다에 우리나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마땅히 한식을 먹을 때도 없었다. 다행히 그 동네에 태권도 사범으로 계신 교포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 덕분에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힘을 냈던 생각이 난다”고 되돌아봤다.

한국축구의 저력을 믿어라, 부담 갖지 말고 즐겨라!

28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8강에 도전하는 후배들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지난 9월 수원컵(U-17 대표팀은 브라질 등 4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1무2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때만 해도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이번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기니(이상 1-0승), 잉글랜드(0-0 무)를 상대로 보여준 모습은 퍼펙트에 가까웠다”며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했다”고 칭찬했다.

신 감독은 “나도 캐나다에 다녀와서 큰 자신감을 얻었고, 축구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후배들에게도 이번 대회가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도 곁들였다. 그는 “촌놈이 처음으로 멀리 해외에서 나갔으니 얼마나 ‘쫄았겠는가’”라며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린 뒤 “후배들은 16강전, 8강전에서 앞으로 더 많은 부담감과 싸워야 할 것이다. 절대 ‘쫄지 말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가대표팀 코치로,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축구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계 4강 신화를 일군 저력이 있다. 선배들의 힘을 믿고 그 이상을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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