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자 속 흡혈귀’ 김도빈, 순수하거나 성숙하거나

입력 2015-10-28 1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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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도빈은 “‘잘생김’의 아이콘 뱀파이어 비주얼 신경쓰이지 않았냐고요? 에이~ 제가 그렇다고 ‘브래드 피트’가 될 순 없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gna.com

“오랜만에 휴가를 받았는데 ‘상자 속 흡혈귀’에 다 반납했어요.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요~”

배우 김도빈은 서울예술단 ‘뿌리 깊은 나무’가 끝나고 약 일주일간 휴가를 받았다. 전라남도 영산강에 가서 ‘베스’ 낚시도 가고 싶었다. “낚시를 잘 한다. 경치 보며 낚시하기 딱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 공연 준비에 힘을 다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낭독 공연을 했는데 그때 참여했던 (이)지호와 (임)철수가 작품이 좋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말을 하더라고요. 실황 노래도 들려줬는데 넘버가 정말 좋더라고요. 대본도 구해서 읽었는데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와중에 ‘바냐’ 역을 구한다는 이야기에 연출가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죠. 마침 연출가님께서도 ‘신과 함께_저승편’을 보셨는지 ‘바냐’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어요.”

‘상자 속 흡혈귀’는 불멸의 존재이자 로열 패밀리였던 뱀파이어 가족이 생계를 위해 한국의 어느 유원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우리가 상상했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뱀파이어가 아니다.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우린 피만 먹고 못 살아, 휴대폰 비는 누가 내?”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현실을 오롯이 반영한 작품이다. 제목 중 ‘상자’는 ‘세상’, ‘흡혈귀’는 ‘이방인’이라는 의미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 중 환영 받지 못하는 이방인,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을 담아낸 내용일 수 있다.

배우 김도빈.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설정이 참신하죠. 뱀파이어가 인간세상에 와서 허물어져가는 놀이동산에, 그것도 ‘귀신의 집’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한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기존 뱀파이어 캐릭터와는 다르게 우리 가족은 사람처럼 살아요. 제 동생인 ‘아냐’ 캐릭터는 이성적이고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 의무감을 갖고 있죠. 반대로 ‘바냐’는 몽상가 같아요. 산책 다니는 거 좋아하고 뜨개질 하면서 푼돈이나 벌어요. 어떻게 보면 철없는 캐릭터인데 인생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뱀파이어예요. 바냐는 인간이 언젠간 죽기 때문에 삶을 즐기고 살 거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불멸의 삶이지만 자신도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요. 그런데 정작 현실에 사는 우리들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잖아요. 오히려 ‘바냐’를 보며 관객들이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것 같아요. 살면서 쉼의 시간도 필요하고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요.”

평소 “짧은 인생 살아가는데 즐겁게 살아야지”라는 마음을 갖고 산다는 김도빈은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어머니가 ‘넌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거냐?’라고 하신다”라며 웃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감 빼면 시체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제가 생각하는 세상은 ‘내’ 세상이에요. 나로 인해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호기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건 해야 돼요. 어차피 인생 사는 데 뭐 있나요. 자신감 있게 남들 눈치 보며 살 필요도 없는 것 같고요. 대신 제가 하는 일은 확실히 해야죠. 전 눈치는 안 보는데 스스로 엄격한 편이에요. (연기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빨리 잘 해야 한다고 다그치진 않고 천천히 잘해보자는 마음이 더 커요. 제 발전 가능성을 믿는 거죠.”

배우 김도빈.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앞서 말했듯, 김도빈은 서울예술단 단원이다. 배우인 부모님의 아래서 자란 그는 안양예고와 서울예대를 나와 연기자로 나섰다. 극단에 들어가 3년간 ‘열정페이’만 받았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들의 제안에 이러저러한 오디션을 보게 됐고 결국 서울예술단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을 단원들과 함께 보냈다.

“아무래도 만날 만나서 연습하고, 밥 먹고, 같이 노니까 식구가 다름없죠. 특히 (박)영수나 (조)풍래는 동갑이기도 해서 치고 받고 싸워도 용서가 되는 녀석들이에요. 영수는 한 기수 위지만. (웃음)제가 나이를 먹고 혹여 서울예술단을 나가게 되면 월급과 안정적인 생활이 사라지는 것보다 그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제일 두려워요. 언젠가 우리 셋이 다 같이 무대에 서 봤으면 좋겠어요.”

아직 막내이지만 ‘서울예술단’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강한 듯 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연기를 하고픈 배우의 마음도 컸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서울예술단을 나가는 방향도 고민할 법한데 김도빈은 달랐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마음이다.

“고민이 많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만 언젠간 매체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카메라를 보고 하는 연기가 어떨지 궁금해요. 하지만 제가 그 길을 선택하면 서울예술단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그래서 선배들과 많이 이야기해요. 다른 곳에서 연기를 하면 우리에게도 자극이 될뿐더러 대중들에게 ‘서울예술단’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진 아마 단원이나 임직원 분들이 수많은 고민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시간도 필요하고요. 저도 단원으로 계속 있으면서 여러 연기 활동들을 하고 싶으니 지혜로운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배우 김도빈.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올해 서울예술단의 공연을 지방공연만 남아있는 상태. 김도빈은 곧 또 다른 작품에 들어간다. 음악극 ‘밀당의 탄생’이다. 삼국유사 속 ‘선화공주와 서동왕자’ 설화를 바탕으로 신라의 ‘선화공주’와 백제의 ‘서동’ 도령이 ‘밀당의 고수’였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만든 코믹 애정사극이다. 극중 ‘서동’으로 연기하는 그는 “선화공주와 서동의 아들이 삼 천 궁녀를 데리고 산 ‘의자왕’이다. ‘의자왕’의 부모님이 밀당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더라”며 참여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김도빈은 “매체연기도 해보고 싶지만 연극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어렸을 때, 명동 드라마센터에서 하는 연극을 참 좋아했어요. 무대에서 연로하신 선배님들이 피를 토할 듯한 열연을 펼치시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고 닮아가고 싶었어요. 아직은 너무 부족하지만 정말 해보고 싶어요. 특히 독백이 많은 정극 같은 거요. 그런데 이게 단지 소망이 아니라 할 거예요. 내 세상의 주인은 저니까요. (웃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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