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흥, 그리고 사람이 있었던 ‘제1회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

입력 2015-11-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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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노래가 있고 사람이 있다. 또 재미가 있고 흥이 있다. 이것이 어우러져 역동적인 분위기가 끊이질 않는다.

'제 1회 트로트코리아 페스티벌'이 펼쳐진 10월 31일 전북 진안군의 풍경이다.

31일 전북 진안군 마이돈 테마공원에서는 국내 최고의 트로트 스타 14인이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국내 최초의 트로트 페스티벌 '제 1회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김혜연의 오프닝 무대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이어 하춘화, 진성, 채강미, 한혜진 등 이름만으로도 흥이 절로 나는 스타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MC를 맡은 이제이와 지원이는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띄웠다.

페스티벌답게 어둠이 내린 이후에도 공연은 이어졌다. 설운도, 조항조, 류청우, 이동현, 오승근의 공연이 이어졌고, MC를 맡은 지원이도 무대에 올라 열기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지원이는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의 기자간담회 당시 '1만명 관객' 공약으로 내세운 '비키니 착용'을 내걸었고, 추운 날씨 속에서도 오픈숄더 탱크톱 상의를 입고 무대를 펼쳐 현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페스티벌의 마무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빅스타들이 맡았다. 이제는 '트로트 스타'가 더 어울리는 성진우가 진안의 밤을 달궜고, '트로트계 엑소'로 불리는 신유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엔딩무대는 자타공인 '트로트 황제'이자 전라북도가 고향인 송대관이 맡아 4시간에 걸친 트로트 페스티벌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했다.

트로트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트로트 페스티벌'을 그저 '나이 드신 어른들을 위한 축제'정도로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히 말하자면, 이날 페스티벌에는 대한민국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가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오프닝부터 김혜연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단숨에 귀를 사로잡았고, 하춘화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라이브로 1만여 관객을 트로트 세계로 인도했다. 비단 김혜연과 하춘화뿐만이 아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모두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라이브를 들려주며 트로트의 묘미를 제대로 맛보게 했다.

또 트로트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이날 공연에 정말로 트로트만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내 대중가요에서 가장 오래된 장르인 트로트인데다가 다양한 가수가 무대위에 올라온 만큼 정통 트로트부터 팝, 댄스, 락, 일렉트로닉, 쌈바, 트위스트, 차차차, 재즈,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가미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특유의 흥이 넘치는 무대매너는 두 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다.

그리고 슬램존이 있지도, 스탠딩으로 진행된 것도 아니지만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떼창과 율동을 이어간 1만여 관객들은 이날의 페스티벌을 완벽하게 만들어준 진짜 주인공이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날 트로트 페스티벌이 더욱 재미있었던 이유는, 진안을 대표하는 홍삼 축제와 함께 연계해 진행됐다는 점이다. 트로트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주위에는 진안의 명물인 홍삼을 응용한 다양한 제품들의 판매소와 체험관이 운영됐고, 또 그 사이사이 간이 식당과 소규모 공연 등이 이어져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1000원 할인마트나 선글라스 판매점과 같은 다소 생뚱맞은 매장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도 흥미를 유발했으며, 각설이 공연이 펼쳐지는 앞에서 여고생들이 네일아트체험관을 운영하는 기묘한 광경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도 도심의 페스티벌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더욱이 시력이 좋아지는 선글라스나, 세포를 재생시켜 주는 복대처럼 사실이라면 노벨상이라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없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대규모 페스티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사실 지인, 동호회 등에 의해 그들만의 축제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이날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과 진안 홍삼 축제는 역동적이고 함께하는 축제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가가 전북 진안까지 와서 트로트 페스티벌을 반드시 봐야할 이유를 묻는다면 솔직히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트로트 페스티벌이 절대 후회 없는 무대냐고 물어본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예'가 확실하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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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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