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이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펼쳐진 ‘2015 WBSC 프리미어 12’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조별예선 B조 2차전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장원준은 7이닝 4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뒤늦게 대표팀 합류 에이스 역할 톡톡
대표팀에서도 ‘84억팔’의 가치는 높았다. 대체선수로 태극마크를 단 왼손투수 장원준(31·두산)이 악조건 속에서도 상대 타선을 봉쇄하며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
장원준은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벌어진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조별예선 B조 2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같은 장소에서 이날 낮 12시(현지시간) 시작된 베네수엘라-미국전이 경기 도중 내린 비로 2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경기시간이 뒤로 밀리는 악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였다.
장원준은 이날 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선발투수라 다소 늦게 버스에서 나왔는데, 동료들이 구장 복도에 짐을 풀고 바닥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미국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루틴대로 몸을 풀지 못한 장원준에게 동료들은 “기운 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조별예선의 운명이 걸린 이날 경기 선발투수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우완 이대은(지바롯데)과 좌완 장원준을 두고 저울질하다 좌타자와 스위치히터가 많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장원준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12일 베네수엘라와의 3차전이 낮 12시에 열리기에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필요도 있었다. ‘이닝이터’ 장원준을 믿은 것이다.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장원준은 1회 볼넷 하나를 내주긴 했지만, 탈삼진 3개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1번타자 안데르손 펠리스와 4번타자 윌슨 베테미트 모두 스위치히터였다. 3회 선두타자 페드로 펠리스에게 중전안타를 내준 뒤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연속 범타 유도로 위기를 넘겼다.
5회에는 운이 없었다. 선두타자 윌킨 라미레스에게 야수들의 아쉬운 수비로 2루타를 내주고, 페드로 펠리스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흔들림이 없었다. 5회 정확한 번트 수비와 병살타 유도로 추가실점을 막은 장원준은 6회와 7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7회초 터진 이대호(소프트뱅크)의 역전 결승 좌월2점홈런으로 승리투수라는 선물도 받았다. 장원준은 7이닝을 82개의 공으로 막으면서 4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장원준은 삼성 투수들의 해외원정도박 스캔들로 인해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4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을 수확하며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그의 능력은 국제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타오위안(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