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시아, 이제는 부를 수 있는 노래 ‘너의 존재 위에’

입력 2015-11-19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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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선배가 시아준수에게 곡을 줬다는 소식을 듣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도 두 곡만 써 달라’고 했어요. (웃음) 음악의 토대가 된 이문세, 이소라 선배에게 곡을 드리는 게 제 꿈 중 하나예요. 전설 같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그렇게 될 날이 오겠죠?”

싱어송라이터 Lucia(심규선)이 정규앨범 ‘Light & Shade chapter.2’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너의 존재 위에’는 인생이란 기나긴 여행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착안을 하고 완성을 못해서 매 음반마다 시도만 했었죠. 이 노래를 불러도 되는 때가 왔구나 싶어요. 그만큼 공들여 작업한 곡이라 애착이 큰 것 같아요. 사실 대중가요와는 달리 철학적이에요. 20대 당시 스스로 혼란스럽고 어려운 감정들이 올해 서른이 되면서 조금씩 깨달아졌어요. 이제야 내가 표현하려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루시아는 매년 새로운 앨범으로 팬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다작 뮤지션’으로서 1년에 한 장 이상의 앨범을 내고 있다. 총 13곡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완성되기까지 약 7개월이 소요됐다.

“평소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10월에는 나와야 할텐데’하면서 오히려 내가 회사에 닦달해요. 음반을 2-3년 걸려서 만들고 싶지 않아요. 워낙 곡도 많이 갖고 있다 보니 빨리 내놓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져요. 다작을 하는 게 스스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워커홀릭 기질이 있는 것 같네요. (웃음)”


이번 앨범에서 눈여겨볼 노래는 ‘달과 6펜스’라는 곡이다. 앞서 김연아에게 보내는 헌정곡인 ‘Silver & Gold‘과 ’데미안’, ‘오필리아’ 등을 통해 작가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달과 6펜스’도 소설을 보고 느낀 점을 담았어요. 스스로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죠. 일종의 독후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사가 책과 직결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창작의 의미가 퇴색되니까요. ‘데미안’을 발매 당시에 팬들이 노래를 듣고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샀다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문학적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이 정체성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서 기뻐요.”

루시아는 가수 이전에 작곡가 심규선이다. 최근 제작에 참여한 시아준수의 ‘꼭 어제’는 만드는 데 단 2시간이 걸렸다. 그 곡은 시아준수의 타이틀곡이 됐고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다.

“작곡가로서의 첫 시도가 잘 되니 어안이 벙벙했어요. 제가 만든 노래가 다른 싱어의 목소리로 들려지는 느낌이 색다르더라고요. 작곡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시아준수와의 작업은 정말 즐거웠어요. 녹음 과정을 함께했는데 너무 짜릿해서 소리 지를 정도로 좋았어요. 굉장히 세밀한 부분의 조언까지 포용하는 프로 같은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많은 분들과 다채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정작 루시아는 방송 출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는 노래, 작사, 작곡 등을 하면서도 방송 출연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앞선다. ‘불후의 명곡-김건모 편’,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리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에 나갔을 때가 첫 방송이었어요. 당시 너무 긴장한 탓에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무슨 정신으로 노래한 건지 모르겠어요. 방송 출연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어요. 작가형 인간이지 연예인형 인간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곡을 쓰고 작가적인 부분에서 재능이 빛난다고 생각해요. 곡을 만들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이 제 천직이고 어색하지 않은 영역인 것 같아요.”

무대에서 보는 루시아의 모습은 어떨까. 무대에서 신발을 벗고 노래를 부르는 건 기본이다. 그의 무대를 처음 본 사람들은 허우적대는 제스처에 깜짝 놀란다.

“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렇게 허우적대는지 몰랐어요. 최근 공연 영상을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웃음) 기왕이면 아름답게 보이면 좋잖아요. 한 번은 손을 뒤로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가 잘 안 되더라고요. ‘노래를 망칠 바에는 자연스럽게 하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하고 있어요. 이러한 부분마저도 팬들이 루시아의 아이덴티티로 받아주시니 기뻐요.”

반면 루시아를 속상하게 하는 팬들도 존재한다. 데뷔 당시 음악과 지금의 음악을 비교하며 지적하는 팬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시아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악플은 거의 없어요. 다만 제가 음악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을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다시 예전 음악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분들이 있거든요. 예전음악은 지금의 음악보다 더 조용했거든요. 그래도 뮤지션은 데뷔 때 그 모습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세계를 넓히면서 노래할 소재를 찾지 않으면 고여서 썩는 물이 되겠죠. 팬들이 그런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루시아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 투성이다. 내년 1월 단독 공연 준비와 차기앨범 구상 그리고 책 출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차기 앨범은 싱글 컬렉션으로 풍성한 악기 사운드로 리마스터링할 예정이에요. 또 가장 큰 목표가 책 출간이에요.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단순 여행 에세이는 아닐 것 같아요. 가사보다 더 절절한 이야기를 담으려 해요. 먼 미래겠지만 결혼을 하면 태교음반을 내고 싶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루시아는 지금까지 발매한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다 내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만큼 루시아는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한 애착과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것이 바로 루시아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 아닐까.

“노래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팬들을 만날 때가 가장 기뻐요. 슬픈 사람이 들어서 현실을 직면한 후 깨닫고 나아갈 수 있는 강한 희망적 메시지를 많이 숨겨놓거든요. 밝은 노래는 밝은 만큼 이면에 슬픔이 밑받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Light & Shade’의 진면목 아닐까요. 그런 노래를 계속 만들고 부를래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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