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발매소, 미운오리서 ‘지역사회 효자’로

입력 2015-11-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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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가 지역에서 인기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2년을 맞이한 렛츠런CCC(문화공감센터)는 전국 30곳에서 한 해 연인원 5만8000명이 이용하는 명소로 부상했다. 특히 요가강좌는 중년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가 지역에서 인기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2년을 맞이한 렛츠런CCC(문화공감센터)는 전국 30곳에서 한 해 연인원 5만8000명이 이용하는 명소로 부상했다. 특히 요가강좌는 중년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마사회 문화공감센터 2년 무엇을 남겼나?

지정좌석제 도입 등 쾌적한 경마문화 솔선
평일엔 강좌·일자리창출 등 지역발전 앞장


지역 ‘미운오리’에서 지역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전국 30개 장외발매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장외발매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한지 2년을 맞았다. 과거 ‘화상경마장’이라 불리며 기피시설로 인식되어 왔던 장외발매소는 마권발매기능에만 충실했다. 그러나 최근 경마 혁신을 위해 장외발매소부터 환골탈태했다.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지역과의 상생’을 목표로 복합문화공감센터로 변신시킨 것이다. 경마가 시행되지 않는 주중에 문화강좌 개설, 동아리 활동, 공부방 등 문화 체험과 소통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4년 누적이용객만 5만 8000명(연 이용횟수 70만회)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역시 한 학기 평균 1만8000여 명(2015년 누적 6만8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 지역주민 수요에 맞춘 ‘맞춤강좌’ 주효


렛츠런CCC(문화공감센터)의 성공비결은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전략’에 있다. 지역민의 수요에 맞게 학기마다 강좌가 새롭게 편성된다. 유아교육 수요가 높은 곳에서는 영유아 강좌가, 실버교육의 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노래교실과 같은 강좌들이 운영된다.

렛츠런CCC 용산도 그 중 하나다. 올해 1월 개장 이후 지난 11월까지 누적 이용객이 6만 80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파워워킹, 요가, 탁구, 한국무용, 탭댄스, 진도북춤, 승마, 한문, 영어, 플로리스트, 노래교실, 노인 대학, 걷기교실 등 20여 개의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수강생이 학기당 평균 1000명이 넘는다. 용산에서 문화강좌를 수강 중인 최모 씨는 “다른 곳에서는 보통 한 달에 몇 십만 원을 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무료로 전문 강사가 세심하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강북에서 딸과 함께 키즈 음악줄넘기 수업을 수강했던 김모 씨는 “학교 수행평가 때문에 학원을 보내야 할지 걱정을 하다가, 음악줄넘기 강좌가 있다는 걸 알고 다니게 됐다”라며 “깔끔한 강의실 환경과 재미있는 강사진과 함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면 흐뭇하다”고 만족해했다.

영유아강좌는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의정부에서 트니트니 유아교실을 이용하는 이모 씨는 “아이가 즐거워 하니 좋고,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장외발매소의 복합문화공간화는 해외의 변화 추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실제 일본은 극장식, 공원형 등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도심형 장외발매소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장외발매소는 레스토랑과 장외발매소가 융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경마 시행체가 가장 많은 호주 역시, 스포츠 레저시설이 복합된 형태로 도심 장외발매소가 운영되고 있다.


자치구 문화복지 시설 지원으로 지역민과 상생 도모

렛츠런CCC는 부족한 자치구 문화복지 시설을 지원해 지역민과 상생하는 최일선에 있다. 서울 25개구에 있는 복지시설 중 여가와 관련된 노인복지시설과 종합사회복지관 분포를 보면 대부분 장년 중심의 시설로 편성되어 있어 다양한 연령이 이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다수의 자치구에서 적게는 1곳, 많아야 3곳의 종합사회복지관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장외발매소를 과감하게 문화공감센터로 변신시켜 부족한 여가문화 인프라 지원을 통해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했다. 현재 전국 30개 렛츠런CCC(장외발매소)에서 10∼30여개의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전의 경우 학기당 1000명이 넘는 지역주민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동 미술 수업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모 씨는 “주변이 교통나 도로 시설 등으로 아이가 학원이나 문화센터를 다닐만한 환경이 못 되어 불편했다. 마침 대전 렛츠런CCC에서 아동강좌를 개설해서 이용하는데, 가까운 주민에게는 편리한 시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년층 심리적 행복감 제공…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렛츠런CCC는 노년층에 행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렛츠런CCC 인천 남구지사에서 숭실대 평생교육학과 전주성 교수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렛츠런CCC 문화 센터에서 평생교육에 참여했던 노년들은 참여하는 과목에 대해 만족도가 높고 학습에 대한 몰입이 강할수록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어 노년인구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렛츠런CCC는 자치구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4년 서울시 자치구에 납부한 세금 총액만 1400억 원에 달하며, 렛츠런CCC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하고 있다. 전국 30개소에서 5,6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을 하고 있으며, 경마, 경비, 미화 인력 외에도 노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가적으로 236명의 실버 PA(Park Assistant) 채용해 일자리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상생사업본부 박기성 본부장은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문화를 배우면서 즐기고,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보다 다양하고 지역사회의 니즈에 맞춘 강좌를 통해 매 학기 2만여 명의 회원과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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