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동유럽엔 무슨 일이? ‘다시 보는 역사의 현장’ 출간

입력 2015-11-26 2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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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간은 20세기 후반 최대의 역사적 전환기였다. 1989년은 공산사회주의의 변화가 본격화된 시기였다. 폴란드, 헝가리, 동독이 와해됐는가 하면 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공산정권이 잇달아 무너졌다. 이른바 동유럽 구질서의 붕괴다.

1990년은 또 어떤가. 독일이 재통일되고 동유럽 6개국엔 새로운 정치 경제 체제가 도입됐다. 또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소련연방을 구성하던 발트3국이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소련 또한 국가의 진로를 놓고 이념과 정치가 혼란에 빠졌다. 유럽 최빈국 알바니아는 1당 독재를 포기했다. 1991년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이 붕괴됐다. 유고연방을 구성하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선언을 하면서 인종학살이 시작됐다.

그토록 공고했던 공산정권은 무엇 때문에 단 3년 만에 무너졌을까. 그 시기,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답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다시 보는 역사의 현장, 공산정권은 왜 붕괴했나’(최맹호 지음 l 나남 펴냄)가 그것이다. 복잡한 논리와 이념을 떠나 현장 속으로 들어간 기자가 당시 현장을 기록한 책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동유럽 공산정권이 붕괴하는 격변기의 현장을 다룬 르포르타주인 셈이다.

저자는 1989년부터 5년간 소련과 동유럽 공산정권이 도미노처럼 붕괴하고 독일이 재통일되는 역사의 현장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동아일보 동유럽 담당 순회특파원으로 발령을 받은 덕이다. 5년간 취재를 다녔던 나라는 소련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유고연방 불가리아 등이다. 철의 장막 9000km에 인접한 국가는 모두 취재대상이었다.

‘다시 보는 역사의 현장’은 우리나라 기자 가운데 동유럽 전체와 소련의 공산정권이 붕괴하는 역사의 현장을 모두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의 소중한 기록이다. 책은 총 11부로 구성됐다. 각각의 챕터는 당시 한 나라의 상황과 인터뷰, 취재 에피소드 등이 담겼다. 소련 독일 폴란드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알바니아 발트3국 불가리아 유고 등이 그 대상국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산정권이 붕괴하는 과정을 ‘현지발’로 ‘따끈따끈하게’ 서술했다.

당시 우리나라와 동유럽과는 외교 관계가 없던 터라 취재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동유럽 국가를 방문할 때면 언제나 입국허가의 관문을 먼저 넘어야 했으며 안전을 장담치 못해 아내에게 통장을 맡기며 집을 나설 때도 있었다. 종종 만나는 북한 사람은 동유럽에서 겪었던 위험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취재 또한 쉽지 않았다. 저자는 ‘체제의 감시를 피해 도둑처럼 취재원을 만나거나 체제가 무너지는 그 중심에서 총탄을 피해가며 시민들을 쫓아다녔다’고 털어놨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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