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캡처] ‘도리화가’, ‘기승전멜로’에 발목 잡혔다

입력 2015-12-01 0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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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에이 멤버 겸 연기자 배수지의 두 번째 영화 ‘도리화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운 스승 신재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 역은 류승룡이 소화했으며 여류소리꾼 진채선은 배수지가 맡았다. 이 외에도 송새벽 이동휘 안재홍 등이 소리선생과 문하생으로 열연했다.

25일 개봉한 ‘도리화가’는 개봉 1주차 주말 13만8066명을 동원했다. 29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22만9351명이다. 같은날 개봉한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주말 22만5191명/누적관객수 34만1101명)에 밀린 것도 모자라 개봉 4주차인 ‘검은 사제들’(주말 23만6991명/누적관객수 490만5661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분명 ‘도리화가’는 총 563개관으로 560개관과 538개관에서 상영된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와 ‘검은 사제들’보다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 그러나 10만명 가까이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도리화가’는 날 때부터 영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000만 배우’ 류승룡의 주연작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배수지가 3년 만에 선택한 스크린 차기작이었기 때문.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의 아이콘이 된 배수지가 여류소리꾼으로 변신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소식 하나하나가 이슈였고 영화 스틸이 하나둘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이 들썩였다.

먼저 판소리 연기는 우려와 달리 합격점이었다. 전문가급 실력에는 못 미쳤지만 극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한겨울 폭우를 맞으며 10시간 이상 촬영했다는 장면에서는 배수지를 비롯한 배우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기억에 남는 건 숯칠을 감행한 배수지의 노력도 눈물 연기도 아닌 ‘마냥 예쁜 배수지’뿐이었다. 한복을 입고 짚신을 신었음에도 1867년의 진채선이라는 캐릭터는 없었다. 영화 내내 요즘 시대의 배수지만 보였다.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 예쁘기보다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다소 어색한 전라북도 사투리(배수지는 광주 출신)와 연기력도 아쉬웠다. 배수지의 부족한 점을 연출로 극복하기에는 감독의 역량이 미흡했다.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애석하게도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류승룡과 사제를 넘어 정인으로 깊어지는 듯한 애매모호한 전개 또한 관객에게 스트레스를 안기는 포인트. 사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앞서 류승룡은 “스승과 제자의 감정으로 연기했다”고 말했고 수지 또한 극 중 류승룡에 대한 감정은 스승과 아버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의 ‘멜로스러운’ 감정이 더욱 짙어진다. 흥선대원군과 신재효가 신경전을 벌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더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의사가 만나서 사랑하는 의학물과 형사가 모여서 결국 사랑하는 형사물 등 한국식 ‘기승전 멜로’에 이미 질릴 대로 질리지 않았던가. 차라리 여류소리꾼에 대한 영화답게 멜로의 가능성을 굳게 닫고 소리꾼 진채선의 성장기에 올인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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