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독한 사이다] ‘진짜 사나이’ 방심위 대신 군법회의 가야하지 않나요

입력 2015-12-01 11: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곽현수의 독한 사이다] ‘진짜 사나이’ 방심위 대신 군법회의 가야하지 않나요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어느새 출연진이 절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출연진이 신체적인 한계를 시험하는 온갖 훈련들을 기껏 받아놓으면 제작진의 편집과 자막이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때문.

'진짜 사나이'는 그동안 많은 논란에 휩싸여 왔다. 근본적으로는 '진짜 사나이'가 군생활의 실제 모습보다 훨씬 미화된 부분에 집중하면서 군대 내의 문제를 외면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연예인 출연진 역시 실제 군생활이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명령 불복종이나 군기 태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프로그램은 실제 타이틀과는 다른 '가짜 사나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 예능임을 감안하면 다소 어리바리한 출연진의 태도도, 개성 넘치는 소대장들과 출연진들의 5일 만에 생성된 전우애(?)도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종종 등장하는 '제작진의 부주의함'만큼은 참아주기 힘들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방송분에서 해병대 특집에 참여했던 배우 이이경의 주민등록번호를 방송에 노출했다. 이는 이이경이 연예인이냐 일반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대기업 간부의 아들이기 때문도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중요한 개인신상정보다. 이 번호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금융활동을 비롯한 온갖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영위하고 있다. 즉, 주민등록번호의 노출은 단순히 연예인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는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 이 사고가 엄연히 한 방송사의 대표 예능에서 발생했다. 이 엄청난 '부주의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뿐만 아니라 이날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일본군의 옛 군가인 '군함 행진곡'을 배경음악으로 깔아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 우리 나라 군대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일본 군가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겠다고 마음 먹은 저의가 궁금할 지경이다.

굳이 연예인들이 하지 않아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될 곳을 가게 해서 그렇게 고생을 시켰으면 그에 대한 열매라도 거두게 해주는 것이 제작진의 도리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는 열매는 커녕 출연진과 시청자 모두 쓴웃음을 짓게 만들기 바쁘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도 실력'이라더라. 상관 성희롱에서 개인신상정보노출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실수가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에 도대체 어느 출연자가 제작진을 믿고 몸을 던질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