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성은의 느리지만 틀리지 않은 길

입력 2015-12-01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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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직웍스

가수 유성은에게 ‘2nd MINI ALBUM’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앨범으로 기억될 듯하다.

타이틀곡 ‘Nothing’이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었고, 스테디셀러의 조짐이 보이던 와중에 성대결절로 급히 활동을 접어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성은도 이번 활동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아쉬움은 인기나 성적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유성은은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목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고 첫 방송에서 음이탈을 심하게 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며 “또 갑작스럽게 활동을 접으면서 회사에 피해를 준 게 미안하다”라고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 그로인해 주위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성은은 쭉 이런 느낌이다.

2013년 ‘Be OK’로 활동할 당시 인터뷰에서도 유성은은 작은 것 하나까지 일일이 직접 양해를 구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단순히 ‘착하다’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묘한 인상을 남겼다.

이미 ‘Nothing’의 활동은 마무리가 됐지만 굳이 유성은과의 사후인터뷰를 요청한건 ‘Be OK’ 활동당시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가수 유성은’은 어떻게 성장했고 ‘인간 유성은’은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내린 결론은, ‘달라졌다’라는 평가가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는 것이었다. 분명 유성은은 가수로서 더 성장하고 성격 역시 달라진 부분은 있지만, 더 나은 가수가 되고자하는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성대결절만 해도 그렇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 가수에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다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대결절은 가수에게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안기곤 한다.

더욱이 유성은은 신곡 ‘Nothing’의 활동도중 성대결절이 발생한 만큼 고통이 심했을 법도 하지만 좌절과 자괴감에만 빠져있지는 않았다.

유성은은 “아직 완쾌는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다”며 “사실 성대결절의 진단을 받은 게 세 번째인데, 내 노래 인생의 훈장 같기도 하다”라고 넉살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원래 꾀꼬리같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성대결절이 걸릴 때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며 “어떤 목소리가 ‘좋다 나쁘다’라는 건 아니지만, 사실 지금 톤도 마음에는 든다. 스트레스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이야 농담도 섞어가며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유성은 역시 가수로서 고민이 깊어졌던 시기도 있었다.

유성은은 “데뷔 때 ‘Be OK’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내 이름을 몰라도 노래 제목은 아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남들이 봤을 땐 대박도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겐 최고였다. 그런데 첫 걸음을 잘 걸었는데 다음 앨범이 잘 안됐다. 이후 앨범이 하락세를 보였고, (그 시기)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진|뮤직웍스


그시기에 출연한 Mnet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도 이런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자 노력이었다.

그녀는 “솔직히 애써서 뺀 살을 다시 찌워야하는 게 싫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활동을 하고 싶었고, 연기도 뮤직드라마이다 보니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컴백 계획이 잡혔고, 그사이 다시 관리를 하고 이번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라고 1년간의 공백기를 돌아보았다.

그렇다고 후회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성은은 “내 색은 무엇일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현재 느리지만 틀린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현재 유성은은 작곡을 공부하며 싱어송라이터로의 첫발걸음도 준비 중이다.

최근 학교에 복학했다는 유성은은 “사실 작곡 작사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로 관심이 많아졌다”며 “학교에 곡 쓰기 과제가 있는데 그 과제를 하면서 곡 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이후 앨범 작업에 점점 내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내 목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유성은은 성격적으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중이다.

유성은은 “내가 낙천적이긴 한데 낯가림이 있어서 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다. 그 간극을 깨려고 노력중이다. 사실 회사 내에서도 낯가림이 있었는데, ‘진짜 나를 모르면 같이 일하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열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이 열리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라며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성은은 “앞으로 책을 많이 보려고 노력중이다.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고 느낀다”며 “사람들의 의견은 수용하되, 나의 중심이 있고, 그런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가수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렸다.

첫 인터뷰 때도 그렇고, 이번 인터뷰 때도 사실 유성은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결국 ‘이제는 스스로 연예인이란 걸 느끼고 있나?’였다.

이에 대한 유성은의 대답은 (예상은 했지만)그때나 지금이나 “실감 못한다”였다.

유성은은 “밖에 나가면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본다. 오히려 내가 다른 가수들 보면 ‘우와 연예인이다’한다. 가끔 알아보는 분이 있긴 한데, 예전에 ‘보이스 코리아’ 나왔을 때가 더 많이 알아봤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유성은 인가?’ 하고 눈치정도만 준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밖에선 행동을 조심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식인건 싫어서 조심은 하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한다”라고 덧붙여 스스로 느끼기에는 외부의 시선도, 자체적인 평가로도 연예인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는 ‘연예인’이라고 실감하지 못한다는 게 자신이 ‘가수’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성은은 차곡차곡 가수로서의 성장 계단을 밟고 있으며,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내가 추구하는 장르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 대표 여성 보컬리스트’로 불리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지향점이 확고했다.

즉 ‘연예인 유성은’이라고 불리는 건 어색하지만 ‘보컬리스트 유성은’으로서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성은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유성은 역시 “국내 여자 보컬리스트 중에는 대체불가능하다는 평을 받는 가수가 많지 않다. 이런 명칭을 가질 수 있는 보컬리스트로서가 되고”며 “‘제2의 누구’, ‘포스트 누구’라는 수식어는 결국 아류일 뿐이지 않나. ‘제1의 유성은’이고 싶다”라고 그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사진|뮤직웍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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