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어른이 돼 불어 보는 ‘풍선껌’

입력 2015-12-01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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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이 유년 시절의 상징이라면 어른이 돼 불어보는 ‘풍선껌’은 먹먹했다. 어려서 몰랐었던 혹은 개입하고 싶지 않아 회피했던 일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또 한 번 성장하고 행복을 찾는다. 어른들의 ‘풍선껌’은 그렇다.

tvN 월화극 ‘풍선껌’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이 먹먹한 감정을 즐기고 있는 스스로와 마주하게 된다. “모자란 부분을 꼭 채워야하는가”라고 질문한 이미나 작가는 이동욱·정려원의 뻔한 로맨스물인줄 알았던 ‘풍선껌’을 잔잔한 전개로 풀어낸다.

드라마는 신파극과 유사하다. 박리환(이동욱)은 어려서부터 함께 살던 김행아(정려원)를 좋아하고 두 사람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엄마 박선영(배종옥)은 하나뿐인 아들 박리환마저 기억에서 지웠다. 엄마의 치매로 박리환과 김행아는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역설된 표현을 실감하게 한다. 또 다른 인물인 강석준(이종혁)과 홍이슬(박희본)은 외사랑 중이다. 강석준은 김행아와 헤어진 후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고, 부잣집 딸 홍이슬은 남부러울 것 없이 많은 걸 가졌지만 오직 박리환의 마음만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


12회(1일 방송) 현재, 드라마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박선영의 감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엄마도 아플 수 있고 엄마에게도 눈물나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는 자녀들이 알지 못했던 일화를 화면에 담아내며 엄마와 여자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점이 ‘풍선껌’과 신파극의 가장 큰 차이다. 김병수PD 특유의 연출력이 말랑한 로맨스 감성과 어우러진다. 김병수PD는 tvN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2013), OCN ‘뱀파이어 검사1’(2011) 등 주로 장르물을 제작했다. “보여주는 게 우선인 장르물과 달리 ‘풍선껌’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해야해서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 놓은 그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연출법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라쎄 린드의 ‘비코즈 아이(Because I)’, 알렉스의 ‘널 향한 시간’, 김나영의 ‘내겐 그대’ 등 라디오 작가 출신 이미나의 선곡도 ‘풍선껌’의 아련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풍선껌’이 직설적인 대사와 노골적인 장면이 판치는 요즘 드라마들과 조금은 다른, 어른들의 동화로 느껴지는 이유다.

1일 오후 11시 12회 방송.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화앤담픽처스,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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