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커티스, 드라마 ‘인간의 땅’ 출연

입력 2015-12-04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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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2월 4일

1994년 오늘, 할리우드 스타 토니 커티스가 제주도 한림공원에서 언론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나섰다. 그해 10월12일부터 방송 중이었던 KBS 2TV 드라마 ‘인간의 땅’ 촬영현장이었다. 12월1일 내한한 그는 이날 ‘인간의 땅’ 촬영을 모두 마쳤다.

토니 커티스는 영화 ‘대장 부리바’, ‘뜨거운 것이 좋아’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낯익은 배우. 나이 칠순을 눈앞에 둔 때였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인간의 땅’의 대본을 읽고 인간애와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김혜자와 호흡을 맞추며 제주 촬영을 마감했다.

토니 커티스의 출연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국내 드라마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해외 스타가 출연하기는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출연한 ‘인간의 땅’은 1900년대 초기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간 김실단과 그의 언니 김금단의 실화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정국을 살아낸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외주제작사 제일영상의 심현우 대표가 연출해 50억원의 대규모 제작비를 들이며 한국과 미국, 멕시코, 홍콩, 중국, 러시아 등을 돌며 제작했다. 김혜자, 옥소리, 염정아 등이 주연한 드라마에서 토니 커티스는 극중 김실단에게 연민을 느끼는 멕시코 애니깽 농장의 주인 역을 맡았다.

이와 함께 ‘인간의 땅’은 김혜자가 오랜 시간 활약한 MBC를 떠나 KBS 드라마에 처음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국회의원을 지낸 홍성우의 방송 복귀작이었고, 스크린에서만 활동해온 최지희의 출연, 가수 심신의 연기 데뷔작 등이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모았다.

그 외에도 이 드라마에는 당초 홍콩의 메이옌팡(매염방) 등 일부 해외 스타들도 출연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이는 ‘인간의 땅’이 그 규모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의 전조에 불과했다. ‘인간의 땅’은 드라마로서 완성도에 대한 비판 속에 시청률마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이 때문에 당초 50부작으로 예정했던 편성은 40부작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하지만 드라마 외주제작이 활성화한 요즘의 방송환경과 비교하면 당시 이 드라마와 그 제작진의 시도는 평가받을 만하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이를 구현해낼 만한 제작의 규모 등을 외주제작사 홀로 감당해냈기 때문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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