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가요결산] 외형 커진 밴드씬…진짜 부흥 위해선 적극적 PR 필요

입력 2015-12-29 1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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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원더걸스, 사진|하이그라운드·JYP엔터테인먼트

외형적으로 볼 때 2015년 가요계에서 밴드씬의 규모는 커졌다. 먼저 혁오의 성공이 있었고, 장미여관이나 10cm 등 전통적으로 인기를 누린 밴드들의 활동도 이어졌으며, 리플렉스나 중식이밴드와 같은 오디션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밴드들도 등장했다.

또 메이저 밴드를 지향하는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엔플라잉 등도 꾸준한 활동을 펼쳤으며, JYP엔터테인먼트는 신인밴드 DAY6를 데뷔시키는가 하면 원더걸스도 4인조 밴드로 재편했다.

그렇다면 현역으로 활동중인 플레이어들도 밴드씬의 파이가 커졌다고 생각할까. 이에 밴드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공통적으로 "밴드의, 록의 시대가 다시 올 것 같으냐"라는 질문을 건넸고,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요"였다.

종종 밴드씬 부흥에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지금처럼은 안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먼저 가장 현재 밴드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밴드의 부흥에 가능성을 보고 있던 사람은 스키조의 기타리스트출신이자 레진코믹스 브이홀을 운영하고 있는 주성민 대표다.

주성민 대표는 "일단 홍보를 하든 뭐를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공을 해야한다. 공연만해서는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이다"라며 "예를 들어 어떤 밴드가 공연을 하면 10명의 팬이온다고 할 때, 그 밴드가 100번을 공연했는데도 항상 10명만 오면 그건 그 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연구를 해야하는 것이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밀어붙이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라고 밴드들이 스스로를 더 알릴 방법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촉구했다.

이어 "현재 씬에 있는 팀들이 음악도 좋지만 여러가지 전략을 짜야하는 입장이 돼야한다. 뭔가 콘셉트를 확실히 잡아가는 팀들이 나중에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음악을 대충만들라는 건 아니다. 음악적으로 엄청난 완성도의 명곡을 쓸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콘셉트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음악은 음악대로 하지만 거기에 외적인 것을 개성있게 포장할 수 있는 팀이 됐으면한다. 대표적으로 그런 팀이 딱 혁오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만의 특징과 개성을 강조했다.

또 주성민 대표는 가까운 밴드 강국인 일본의 분위기와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주 대표는 "많은 팀들이 일본에서 활동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지만, 일본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길 '도전할 준비가 안돼있는 거 같다. 진짜 활동을 하려면 현지 문화를 알고, 고생을 할 마음가짐을 갖고 와라'라고 하더라. 실제로 우리나라 밴드중에서 일본에 갔다가 뭘 얻어온 팀들이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일본에서 큰 공연을 보러갔는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가 그 앞에서 자신들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돌리고 있더라. 그렇게 스스로를 홍보하고 다니는 거다"며 "또 한국은 클럽마다 룰이 조금 다르긴 한데, 관객중 10명이 나를 보러왔다면 그 관객수입을 클럽과 내가 반씩 나눠 갖는 식이다. 하지만 일본 클럽은 공연전에 내 공연에 최소 10명은 불러오겠다고 계약을 한다. 그래서 10명이 넘으면 수익을 나누고, 10명이 넘지 못하면 부족한 액수를 내가 클럽에 지불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미친듯이 홍보를 할 수 밖에 없다"라고 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했다.

물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밴드씬, 록씬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주성민 대표도 동의했다. 하지만 주성민 대표는 그 와중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길을 개척해나가는 팀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든 예가 일본의 프로젝트 그룹 베이비메탈과 레이디베이비 등이다. 주 대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락 음악은 침체기다. 롤링스톤즈나 에어로스미스처럼 전 지구적인 밴드는 이미 불멸의 밴드로 예외적인 경우이고, 어정쩡한 밴드들은 지금 다 사라지지 않았나. 그 와중에 살아남는 팀들은 캐릭터가 확실한 팀들이다. 슬립낫같은 경우 캐릭터 메탈이라고해서 MD상품이 엄청나게 팔린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있는 과정이다. 베이비메탈이나 레이디베이비 등은 메탈에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라며 "우리도 안 해봤던 거를 도입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도입해야하지 않겠나. 또 이제는 자기 PR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밴드씬의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아무리 히트를 하고 슈퍼스타가 등장해고 이것이 밴드 음악, 락 음악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스커버스커의 성공때도 그랬고, 혁오 역시 그 밴드 하나만의 성공으로 끝이 났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드래곤이 솔로곡 '삐딱하게'나 빅뱅의 '루저' 등 락 사운드가 물씬 풍기는 곡들을 선보였지만 이것이 락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못의 리더 이이언은 "밴드씬 자체가 올라왔다기 보다 그중에서 슈퍼스타가 탄생한 느낌이다. 혁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혁오로 인해 다른 가수들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냥 혁오만 찾아보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밴드씬 자체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체감하는 건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밴드 스스로 기회가 왔을때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 대중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은 "그 시기에 대중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 같은 건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어떤 건지는 솔직히 알기 힘들다. 단순히 수학적으로 예를들면, 벌스 8마디에 50개의 노트를 넣어 빡빡하게 작곡을 했다고 치자. 이 경우에는 청자들이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멜로디를 다 흘려버리게 된다. 그래서 2~30개의 노트로 8마디를 채우고 여유있게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사람들이 듣게 했는데, 누가 8마디에 100개를 집어 넣었는데도 애들이 다 따라하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적인 건 아닌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한철은 "떡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히트곡을 많이 낸 사람이 대중들과 교감을 나누는 직감같은 건 있을 수 있다"라고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감각적인 부분에서의 차이를 언급했다. 이어 "그래도 (대중성은) 생물같은 거라 그럴줄 알았는데 아닌 경우가 꼭 발생한다. 찬물을 확 끼얹고 나면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깨우쳐 나가게 된다. 그게 작곡의 길인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헤비니스계열처럼 제 아무리 명반에 수작을 발표해도 해당장르에 대한 이해와 팬층이 얇아 대중성을 획득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일례로 2015년 최고의 앨범에 매써드의 'Abstract'와 블랙메디신의 'Irreversible'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얼터너티브계열의 더 모노톤즈나 이스턴사이드킥 등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이들 역시도 힘든 음악생활을 이어가는 건 마찬가지이다.

현재도 아르바이트와 밴드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는 이스턴사이드킥의 배상환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과 실생활은 다르다. 힘들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를)때려칠 수는 없다. 다만 아르바이트가 부수적인 거고,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생각을 바꿔 일하다가 사람들이 알아봐도 그러려니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또 밴드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 같냐고 하자 오주환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안될 것 같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배상환은 "내 생각은 아니고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전제한 후 "밴드는 일단 음악성도 중요한데 사람의 시선을 끄는 멋이 있어야한다. 잘생기라는 뜻이 아니다. 음악하는 느낌이 나야하는데. 그냥 학생인지 음악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을 알리는 개성과 콘셉트가 있어야한다는 주성민 대표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어 류인혁은 "꼭 아이돌처럼 꾸미라는 게 아니라 밴드다운 아우라나 포스같은게 있다. 그게 진짜 멋인 거 같다. 근데 그런 멋을 갖추기도 힘들고, 그냥 후줄근하게 다니는걸 멋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다시 처음과 같은 이야기다. 밴드씬이 살아나고 자생하기 위해서는 음악성을 넘어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시도와 개성, 멋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주성민 대표는 "밴드씬을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자기PR과 새로운 분야와의 교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콜라보나 음악에 대한 전략적이 접근이 필요하다"며 "결국 바라는 건 밴드들이 다들 밥을 잘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몇몇 밴드는 음악만으로 살고 있지만 그 비율이 극히 일부이다. 나머지도 그럴 수 있는 씬이 됐으면 한다"라고 2016년에는 밴드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요계가 되기를 기원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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