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씨스타 보컬 선생님’ 이결 “제자들 부러워서 컴백했죠 하하”

입력 2015-12-30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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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엔터테인먼트

이결은 가수로서는 디스코그라피가 많지 않지만, 업계 경력으로는 꽤나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04년 ‘So-U’라는 4인조 보컬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발표하고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맛봤다.

이결이 가장 많은 커리어를 쌓은 곳은 보컬트레이너다. 2005년 ‘So-U’의 프로듀서였던 박근태 프로듀서의 소개로 SG워너비를 만났고 이들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으면서 보컬트레이너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점은 사실 이결은 보컬트레이너를 자신이 원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 이결은 작곡가로 활동을 준비했었고, 실제 2006년 오종혁의 솔로앨범 ‘OJ Issue’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트레이닝을 맡은 SG워너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 의뢰가 쇄도했고, 반강제적으로 트레이너로 활동을 이어오게 됐다.

이결 본인 역시 “어쩌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건 잘 안 되더라”라며 웃어보였다.

순수한 자의에 의한 트레이너 생활은 아니었다고 해도 이결이 트레이닝을 허투루 한 건 아니다.

SG워너비를 비롯해 씨야, 씨스타, 헬로비너스, 서프라이즈, 타이니지, 히스토리 등 굵직한 가수들의 트레이닝을 맡으며 보컬 트레이너로 주가를 높였다.

이결 스스로 밝힌 트레이닝 비법은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창법을 찾고 완성시켜주는 것으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씨스타이다.

이결은 “예를 들어 소유의 경우 호흡이 많이 섞인 음색이 예뻐서 공기 70, 소리 30정도로 강조를 했고, ‘오피셜리 미싱 유, 투’와 ‘썸’ 등이 대박이 났다. 또 다솜이 같은 경우는 안정감을 주기위해 노력했고, 최근에 용감한 형제에게도 보컬실력이 늘었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다만 SG워너비의 ‘소몰이 창법’은 조금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결은 “김광수 대표가 그때 애들을 울게 하라고 요청해서 그렇게 했다. 사실 소몰이 창법을 내가 만든 건 아닌데, SG워너비 보컬트레이너였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한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SG워너비 이후로는 의도적으로 특정 창법을 일률적으로 강조하거나 만들어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결은 표준답안을 정해놓고 이를 강요하는 식의 트레이닝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결은 “과거 한 보컬 학원에서 꽤 높은 자리를 제안 받은 적이 있는데, 무조건 그 학원의 프로그램대로 가르쳐야한다고 해서 거절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심사를 보는 경우에는 ‘기준’이라는 것을 모르겠다. 특히 입시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이 친구는 무조건 붙겠다’고 싶을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기도 하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합격하는 경우가 있다. 한 가수는 너무 잘 불러서 ‘굳이 여기 올 필요 없네요’라며 안 뽑은 경우도 있다더라. 입시를 위한 기준은 정말 모르겠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현재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 몇몇이 Mnet의 ‘프로듀스101’에 출연중이라는 이결은 “거기 나간 애들이 다들 ‘금방 떨어질 거 같아요’, ‘오프닝만 하고 올 거 같아요’라며 스스로 처음부터 참가에 의의를 뒀었다. 그런데 ‘엠카운트다운’에 오프닝 무대를 보니 이 친구들이 계속 카메라에 잡히더라. 생각보다 좀 오래 갈 거 같다”라고 전망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2% 엔터테인먼트


사실 이결은 계속 보컬 트레이너로 지내도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해당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 그래도 가슴속에 있던 가수에 대한 욕망은 쉽게 버리기 힘든 것이었다.

이결은 “가수에 미련이 많이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가수를 해야겠다고 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제자들이었다.

이결은 “제자들이 부러웠다. 제자들이 나가서 안됐으면 그냥 지냈을 건데 다 잘되니까 부럽고 배가 아팠다”라고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결은 “외국에 베이비페이스처럼 나이를 먹어도 오래 활동하는 가수처럼 되고 싶었다”며 “또 정말 친한 친구가 스탠딩에그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부럽고, 나도 내 음악이 하고 싶었다”라고 진짜 이유를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싱글 ‘손만 잡고 잘게’이다. 자기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첫 작품인 이번 싱글은 사실상 이결이란 가수의 데뷔곡이나 다름없다.

다만 ‘손만 잡고 잘게’는 이결에게 기쁨과 함께 아쉬움도 함께하는 곡이다. 이결은 “작업을 하던 당시 곡을 저장해둔 컴퓨터가 망가졌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다른 컴퓨터로 작업을 했는데, 원래 자주 사용하던 악기가 많이 저장돼 있지 않아 작업에 힘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악기는 이결 본인의 ‘목소리’로 ‘손만 잡고 잘게’는 이결의 독특하고 편안한 보이스를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 ‘손만 잡고 잘게’는 차분하고 따뜻한 보컬과 다르게 내용은 은근히 야한 곡으로, 이결은 “남자들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결은 “솔직히 솔로로 지낸 기간이 오래됐는데, 그런 외로움이 좀 표출됐다”며 “그걸 재미있게 표현하려다 보니 ‘남자의 거짓말’이 생각났다. 대표적인 남자의 거짓말인 ‘손만 잡고 잘게’와 ‘그냥 아는 여자’, ‘일찍 잤어’를 3부작으로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미 2016년 초 다음 곡 발표를 준비 중이라는 이결은 “활동은 정말 특이하고 즉흥적인 공연을 하고 싶다”라며 “예를 들어 술 마시다 기분 좋으면 바로 나가서 버스킹을 한다든가, 길가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든가, 뜬금없는 공연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라고 독특한 활동계획을 예고했다.

더불어 이결은 “최종적으로는 가수도 하고 작곡도 하면서, 트레이너 일을 그만두고 음악만으로 먹고 사는 게 꿈이다. 음악을 좋아서 하는데, 트레이너는 일이라는 생각이 앞서 힘이들더라”라고 목표를 밝혔다.

물론 이것이 트레이너와 제자로 만난 인연 그 자체가 힘들거나 아쉽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결은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응원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 또 응원영상을 보내준 웅산누나, 다솜이, 아스트로, 라임, 서영은 물론이고, 다른 제자들의 응원을 받고 트레이너 생활을 헛되게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모두 승승장구하고, 더불어 나도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2016년 모두의 성공을 기원했다.

사진|2%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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