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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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수들이 같은 노래를 불러도 기획력과 구성에 따라 무대의 질은 하늘과 땅차이라는 걸 보여주는 데는 딱 3일이 필요했다.

KBS는 3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5년 한해 가요계를 마무리하는 ‘가요대축제’를 개최했다.

‘가요대축제’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제인 SBS ‘가요대전’이나 MBC ‘가요대제전’에 비해 시기적으로 불리한 감이 있다.

지상파 3사중 가장 먼저 방송을 내보내는 ‘가요대전’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안고 있으며, ‘가요대제전’은 전통적으로 연말연시 카운트다운을 함께 진행하며 한 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해의 처음을 장식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요대축제’는 신구(新舊)가 적절히 조화된 라인업과 의미 있는 레전드 무대, 인상적인 콜라보레이션 등을 앞세워 호평을 받기에 충분한 가요제를 만들었다.

사실 ‘가요대축제’의 주요 출연진인 빅스, 레드벨벳, B1A4, 비투비, 마마무, EXID, AOA, GOT7, 에일리, 샤이니, 인피니트, EXO, 씨엔블루, 소녀시대 등은 앞서 27일 방송된 SBS ‘가요대전’에도 출연한 멤버들로 단 3일 만에 획기적으로 달라진 무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자칫 식상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요대축제’는 무대의 완성도와 기획력에 따라 같은 가수가 부르는 같은 곡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었다.

실제 ‘가요대전’과 ‘가요대축제’에 중복 출연한 그룹들의 레퍼토리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불안한 음향으로 위기를 자초했던 ‘가요대전’과 달리 ‘가요대축제’는 적어도 ‘가요제’에 부끄럽지 않은 사운드 엔지니어링으로 안정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또 몇몇 콜라보레이션 무대는 그리 특이할 것 없는 뻔한 조합을 답습하기도 했지만, 방탄소년단 정국과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나 B1A4 산들과 황치열의 ‘먼지가 되어’와 같은 기억에 남을만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요대축제’가 가장 돋보였던 점은 ‘가족’을 키워드로 아이돌 그룹만 줄줄이 이어지는 라인업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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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불후의 명곡’이라는 확실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홍경민과 알리, 문명진, 황치열, 손승연과 같은 보컬리스트들 꾸민 솔로무대와 합동무대는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도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2~30대에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아메바사단’의 다이나믹듀오와 자이언티, 크러쉬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과 ‘가요대제전’의 1부 엔딩무대를 장식하며 전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압권은 김창완밴드의 엔딩무대였다. 등장과 함께 곧 '내 마음 주단 깔고'를 열창한 김창완밴드는 이어 씨엔블루 정용화와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엑소 백현, 수호, 시우민과 ‘청춘’, 소녀시대 서현과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등을 연달아 부르며 다시 보기 힘든 특별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 전 출연자들과 함께한 ‘아니 벌써’, ‘개구장이’는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이자 이날의 키워드인 ‘가족’이 함께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물론 눈에 띄는 실수나 불안요소도 있었다. 스카이돔 외부 카메라에서 내부 무대로 전환의 타이밍이 늦어 MC의 멘트가 잘리거나 노을 강균성의 손바닥 커닝, 소녀시대 서현의 가사 실수 등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생방송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서현은 마지막에 김창완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큰 무대 MC의 자리가 아직은 어색한 하니의 진행은 종종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했지만, MC 이휘재의 존재감과 안정감은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방송된 SBS ‘가요대전’이 기본이 흔들렸다고 할 정도로 안정감을 주지 못한 진행을 보여준 탓도 있겠지만, 일단 지상파 3사중 가요제중에선 ‘가요대축제’가 음악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한발 앞서나가는데 성공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방송 3사를 넘어 2015년을 통틀어 마지막 가요제가 된 MBC ‘가요대제전’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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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