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신세대 표상’ 공일오비, 코엑스 콘서트

입력 2016-01-2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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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월 22일

대중가요는 노랫말을 통해 현실과 세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시대의 감성 역시 멜로디와 다양한 리듬에 얹혀지며, 가사는 그것 그대로 당대의 정서를 대변한다. 1990년대 초중반 대중가요는 당시 문화계와 학술계에 몰아닥친 ‘신세대 담론’으로도 분석됐다. 그 대표적인 가수는 서태지와아이들이 꼽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시선을 모은 그룹이 있다. 공일오비(015B)다.

1994년 오늘, 이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콘서트의 막을 올렸다. 1990년 데뷔 이후 생산한 자신들의 모든 히트곡을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멤버 장호일(기타) 정석원(피아노) 조현곤(베이스기타)의 연주에 김태우, 김돈규, 이장우, 윤종신 등 객원가수들이 ‘텅빈 거리에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연인들’ ‘신 인류의 사랑’ 등을 노래했다.

공일오비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룹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정석원과 조형곤, 조현찬이 정석원의 형 장호일과 결성한 그룹. 공일오비의 ‘015B’라는 이름은 ‘무한대(0), 하나(1), 5B(궤도라는 뜻의 orbit)’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무한궤도’의 맥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무한궤도를 잇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은 감각적인 테크노 음악과 랩을 중심으로 형식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당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그들이 처한 현실을 노래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일상적인 언어와 사실적이면서 신랄한 표현은 ‘신세대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또 환경문제(4210301)를 다룬 곡이나 언론 비판의 목소리(제4부) 등 현실에 대한 발언을 담은 노래로도 각광을 받았다. ‘4210301’은 폐수오염으로 죽은 물고기에 관한 노래로, 당시 환경처의 전화번호를 인용한 제목이었다. 팬들이 잇따라 환경처에 노래와 관련한 문의를 하자 환경처가 전화번호를 변경했다는 일화가 남았다.

1996년 6집을 낸 뒤 그룹의 이름으로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이들의 음악은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혹은 ‘응답하라 1994’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대중의 귀를 간질였다. 그리고 멤버 장호일은 방송인 겸 연기자로, 정석원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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