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를 잡아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가 또 다른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소리없는 전쟁이다.
2017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리며 중국 광저우에서 해외전지훈련을 실시중인 제주는 체력훈련에 열중이며, 2월부터 연고지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옮겨 중국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지며 K리그 클래식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 또 다른 전쟁(?)이 서막을 올렸다. 바로 등번호 배정이다. 가장 뜨거운 번호는 바로 팀 에이스의 상징인 10번이다. 10번을 희망 번호 1순위로 신청한 선수는 새롭게 영입한 브라질 출신 공격 듀오 마르셀로와 모이세스다.
마르셀로와 모이세스는 2014년 브라질 전국리그 2부(세리에B) 쿠이아나에서 한솥밥을 먹었을 만큼 친한 사이지만 등번호 10번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협의끝에 10번의 주인공은 마르셀로에게 돌아갔고, 모이세스는 자신의 출생연도를 따라 86번을 달게 됐다.
공격수의 상징인 9번 대결도 흥미로웠다. 터줏대감으로 현재 AFC23세이하(U-23)챔피언십에 출전중인 장신 공격수 김현이 계속 9번을 희망한 가운데 지난 시즌 20번을 달았던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까랑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까랑가도 결국 2살 동생벌인 김현에게 양보했고, 대신 출생연도인 91번을 골랐다. 11번은 광주FC에서 영입한 김호남이 차지했다.
까랑가가 떠난 20번의 새 주인 경쟁도 뜨거웠다. 중앙수비수 백동규와 이광선이 1순위로 지목됐으나 이광선이 승리했다. 권순형은 제주 입단 당시에 달았던 7번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10번을 달았던 송진형은 초심을 되찾는다는 의미로 10번을 양보했고, 제주 입단 당시에 달았던 37번을 선택했다.
가장 특이한 번호는 수원 FC에서 이적한 권용현으로 77번을 선택했다. 권용현은 2순위 88번, 3순위 99번으로 남다른 두 자리수 ‘땡 번호’에 대한 사랑을 선보였다.
한편 제주의 2016시즌 등번호는 설전과 신중한 검토 끝에 29일 최종 결정됐다. 조성환 감독은 "모두가 원하는 번호를 가져갔으면 좋겠지만 프로는 경쟁의 연속이다. 등번호에서부터 시작되는 건전한 경쟁이 올 시즌 제주의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