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박해진 “‘치인트’, 내가 할 작품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력 2016-02-13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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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WM컴퍼니

서른 중반 나이를 바라보는 배우 박해진(34)에게 캠퍼스 청춘물은 모험이었다. 연이대학교 경영학과를 배경으로 한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 대해 박해진은 “줄다리기하는 기분이었다”며 출연하기까지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죠. ‘치인트’는 줄다리기하는 작품이었어요. 이 나이에 할 작품은 아니지만 유정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고민했죠. ‘치인트’를 정독하면서 단 한 번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캐스팅 제의가 계속 들어왔고 ‘내가 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웹툰을 다시 봤죠.”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치인트’는 박해진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제공했다. ‘치인트’에서 경영학과 4학년 유정 역을 맡은 그는 완벽한 남자지만 위험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 인물을 특유의 서늘한 눈매와 포근한 미소로 표현하며 매회 호평 받는다. 박해진은 휴대전화 뒷면에 ‘치인트’ 캐릭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닐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인상이 차갑다’고 하기도 해요. 눈만 보면 날카롭거든요. 겨울에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눌러 쓰고 눈만 내어 놓고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조차 ‘너 무서워’라고 해요. (웃음) 무쌍꺼풀이 유전이에요. 또 한 쪽 눈꼬리는 올라가고 다른 한 쪽은 내려갔죠. 유정이 지닌 양면성을 모두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인 거 같아요.”

박해진은 동명의 웹툰 속 유정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치어머니들(웹툰 ‘치인트’에 대한 사랑으로 드라마 제작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는 팬, ‘치인트+시어머니’의 줄임말)에게 기대감을 심어준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싱크로율이 아닌 최고 10살 나이 차이 나는 20대 출연진과의 조화였다. 박해진은 “서강준과의 나이 차이가 가장 고민됐다”고 말했다.

“감독에게 장난으로 ‘나를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푸릇푸릇한 친구들이라니! (웃음) 홍설(김고은), 보라(박민지), 은택(남주혁)은 어차피 유정과 나이차 있는 후배들이니 괜찮았어요. 문제는 유정의 친구 백인호(서강준)였죠. 서강준은 저보다 10살 어리거든요. 친구처럼 보이려고 미친 듯이 저만 보정할 수도 없잖아요. 다만 저는 실제 나이보다 살짝 어려보이고 서강준은 수염만 붙이면 MBC 드라마 ‘화정’에서처럼 40대까지 표현할 수 있는 성숙함을 지녔죠. 그나마 나이 차를 줄일 수 있었어요.”

그는 “반사판을 더 대고 싶었다. 내 얼굴만 유난히 노랗게 나오는 거 같다”고 극 중 친구 백인호와의 피부톤 차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정기적으로 태닝을 하는 특별한 이유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얀 피부가 여리하고 청순해보이죠. 근데 저는 하얀 게 싫어서 태닝을 하고 있어요. 저도 데뷔했을 때는 하얗고 말랐거든요. 근데 공백 후 재기를 했을 때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피부 톤부터 바꿨고 남자다운 느낌을 가질 수 있었죠. KBS1 ‘내 딸 서영이’ 때부터였을 거예요. 예전에는 부잣집, 착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섭외가 많이 들어 왔는데 태닝을 하고부터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박해진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한다. 꾸준한 존재감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 잡았다. “한 번도 트렌드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어본 적 없다”는 그는 원톱 주연의 자리보다는 작품성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단연코 주인공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저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겁도 많습니다. 아직도 주연으로서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죠. 분량을 떠나서 캐릭터만 맞으면 어디든 출연하고 싶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혼자만 살 수는 없죠. 결국 작품성을 봐요. 현재 영화 시나리오도 검토 중이에요. 확정된 건 없지만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정말 좋은 작품에 제가 녹아드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중요한 시점이라 급하게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치인트’가 지금까지 달려온 종착점이라면 이후 선택은 또 다시 달리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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