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불공평한’ 프로듀스101, 욕먹는 게 당연하다

입력 2016-02-19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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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공평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의미다. 평등이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공평은 각 형편에 맞게 차등적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다.

Mnet '프로듀스101'은 아무리좋게 봐주더라도 평등한 기회를 제공했을 뿐 공평한 기회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 방송 가요계를 통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꼽자면 '프로듀스101'이 될 법하다. 실제 '프로듀스101'은 기획 단계부터 AKB48의 총선거를 따라했다는 지적부터 사실상 10대~20대 소녀들의 배틀로얄이라는 잔혹성,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악마의 편집, 데뷔 전후의 그룹 운영방식 등등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부분은 역시 "과연 출연진들의 '공평한 경쟁'이 가능하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프로듀스101'은 '공평한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니 공평한 경쟁은 커녕 부익부 빈익빈만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프로듀스101'은 태생 자체가 '공평한 경쟁'이 이뤄지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이는 투표 순위가 그대로 보여준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가장 최근의 투표순위(2월 5일)를 살펴보면 JYP의 전소미가 1위, 젤리피쉬의 김세정이 2위에 올라있다.

그 뒤를 이어 강미나(젤리피쉬), 김다니(MBK), 기희현(MBK), 주결경(플레디스), 김나영(젤리피쉬), 최유정(판타지오), 허찬미(더블킥), 정채연(MBK), 전소연(큐브) 등이 TOP11에 오른 상태다.

전소미·허찬미·김다니·기희현·정채연, 사진|CJ E&M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TOP11에 오른 전소미와 김다니, 기희현, 허찬미, 정채연의 5인은 이미 데뷔를 했거나 방송출연 경험이 있는 멤버들이라는 점이다. 즉, 이미 많든 적든 프로그램의 시작전부터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멤버라는 것이다.

역시 방송출연 경험이 있는 DSP의 윤채경과 조시윤 역시 각각 15위와 17위이라는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을 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100% 투표에 의해 멤버를 결정한다는 '프로듀스101'에서 이와같은 고정 팬층의 유무는 100m달리기에서 출발선이 수십미터는 앞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프로듀스101'을 공평한 경쟁의 기회장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출연진 전원을 방송출연이나 데뷔 경험이 없는 순수한 연습생으로 제한했어야 함이 옳다.

사전 데뷔의 여부는 실제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 '다시 만난 세계' 조별배틀은 누가봐도 강경원, 조시윤, 박해영, 유연정, 윤채경의 1조가 더 뛰어난 무대를 보여줬지만 기희현, 허찬미, 전소미, 정채연, 정은우가 승리를 거뒀다. 이들이 승리한 이유는 기존 팬들의 몰표였다.

여기에 방송 역시 딱히 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프로듀스101'이냐 '인간극장'이냐"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집중 부각되는 출연자들이 있기때문이다.

김소혜, 사진|CJ E&M


대표적으로 레드라인의 김소혜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의 방송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출연 분량을 차지하며, 성장 스토리가 다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김세정과의 사제지간이라는 스토리까지 추가된 상태다. 그 결과 김소혜는 투표순위 16위를 달리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4회 방송을 통틀어 단 한 번의 단독 인터뷰조차 나오지 않은 출연자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과연 공평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몇몇 출연자들이 많은 방송분량을 확보한 경우도 있긴 있었다. 대표적으로 SS엔터테인먼트의 이해인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이해인이 분량을 확보한 이유는 그에게 '악역'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해인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건 조별 배틀때부터였고, 방송상의 이해인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조원들을 무시하고 이용하는 악역이었다. 이에 이해인은 자칫 '악마의 편집'의 희생자가 될 뻔 했지만, 정확한 당시 상황이 커뮤니티 등에 알려지고, 결국 이해인의 리더쉽이 옳았다는게 무대로 증명되자 오히려 누리꾼과 시청자들이 이해인을 감싸고 지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해인, 사진|CJ E&M


공평한 경쟁이 가능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Mnet 제작진은 "방송분량의 문제로 모든 연습생을 다룰 수 없다", "녹화에서 역량을 발휘한 출연자위주로 편집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등을 통해 방송 외적으로 최대한 형평성을 유지하고 있다"와 같은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백보 양보해 제작진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이는 '평등한 경쟁 기회를 제공했다'라고는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공평한 경쟁 기회를 제공했다'라고는 할 수 없다.

공평하고 공정한 방송을 위해 '프로듀스101'이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할 일은 얼굴이 알려진 몇몇 출연자들을 이용한 이슈몰이와 어설픈 악마의 편집, 억지 감동 다큐멘터리를 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비난과 욕설을 먹고 커가는 '프로듀스101'은 제작진이 자초한 업보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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