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된다면?

입력 2016-03-06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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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SO 종합격투기 대축제 세 가지 수확과 숙제 세 가지

“발차기! 주먹 뻗고… 머리 숙이며 파고들어!”

지난 5일 서울 장충체육관. 바닥엔 8개로 구획을 나눈 대형 매트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선 헤드기어와 정강이보호대를 찬 파이터들이 글러브를 낀 주먹을 힘차게 뻗고 있었다. 곳곳에서 “파이팅!”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밖엔 겨울 끝자락을 손에 쥔 차가운 장대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지만 체육관 안은 종합격투기(MMA) 열기로 뜨거웠다.


● 아마추어 격투인 480명 맞대결…승패를 떠나 즐기는 격투기 축제


이 열기의 진원지는 제1회 KFSO 종합격투기 대축제. 사단법인 대한격투스포츠협회(Korea Fight Sports Organization, 협회장 정문홍)가 마련한 전국 아마추어 격투기 축제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격투기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아마추어 수련생 480명 참가하는 등 내·외국인 관계자 1200여명이 운집했다. 3분 1라운드 단판 맞대결의 경기였지만 참가자들은 프로선수 못지않게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이날 대축제에는 유아 초 중 고등학생 등이 많이 참가했고 대학생 및 일반인도 눈에 띄었다. 연령대도 다양했고 사연 또한 가지각색이었다. 최연소 참가자인 만 3세 오희건 군은 “오늘 발차기를 해서 재미있었어요”라며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희건 군은 형 희찬(8) 희훈(10) 등 삼형제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최연소 여성참가자는 올해 다섯 살인 양수지 양이 차지했다. 양 양의 어머니 최지현(34) 씨는 “딸이라 격투기를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가 원해서 허락했다”며 “여동생이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어 하면 시키겠다”고 말했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인 제니퍼(24) 씨는 “격투기를 배운 지 4,5개월이 됐다. 이번 경기에서 져 아쉽지만 대회 참가한 걸로 만족한다. 다음 대회가 열리면 꼭 참석하겠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 KFSO 종합격투기 대축제가 얻은 세 가지

이번 제1회 KFSO 종합격투기 대축제는 많은 시사점을 줬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수확은 ‘미래의 파이터’인 청소년 격투인들에게 꿈을 주었다는 점이다. 주최 측은 이날 경기장에 격투기 챔피언들을 대거 초청해 TV 등 언론을 통해 보았던 ‘우상’들과 참가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했다.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인 권아솔,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 플라이급 챔피언 송민종, 미들급 챔피언 차정환 등 챔피언을 비롯해 최홍만 명현만 등 인기 프로파이터들이 그들이다. 프로파이터들은 시범 경기를 통해 기술을 소개한 것은 물론 팬들은 만나 ‘다정다감’한 인간미를 선사했다.

또 다른 수확은 ‘격투기는 즐거운 것이다’라는 것을 심어주었다. 격투기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벽을 허물고 ‘격투기=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미래 격투기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로드FC 부대표인 가수 박상민과 배우 김보성, 개그맨 윤형빈 그리고 로드걸 임지우 공민서 최슬기 등 연예인들이 다리를 놓았다. 특히 박상민 부대표는 이날 참가한 선수들에게 일일이 표창과 메달을 걸어주며 ‘스킨십’으로 종합격투기 전도사 역할을 했다.

주최 측의 경기운영도 만족스러웠다. 실제 로드FC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판 및 아나운서, 경기운영요원들이 대거 참가해 매끄럽게 경기를 진행했다. 또한 경기와 병행해 장충체육관 옆에서 ‘로드FC 사랑 나눔 프로젝트-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해 격투기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헌혈행사에는 로드FC 정문홍 대표를 비롯해 프로선수 및 경기 참가자들이 대거 참가해 의미의 두께를 더 두껍게 했다.


● 아마추어 육성 없이 한국 격투기의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SO 종합격투기 대축제’는 갈 길이 멀다.

먼저 주최 측은 이번 축제에 만족하지 말고 이를 계기로 대축제를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육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대회 개최주기는 얼마가 적당하며, 급수나 단 등 격투기의 등급을 체계화 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그중 하나이다. 체계화는 격투기의 뼈를 튼튼하게 하는 필요조건일 수 있다. 이젠 ‘큰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종합격투기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의 정식종목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격투기의 저변 확대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격투기 업계 또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손바닥’만한 시장만 보지 말고 한국이라는 지도를 넘어 세계 속으로 진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적 힘을 키워야 한다.

격투기의 풀뿌리인 격투기 도장을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국의 격투기 수련장은 한국 격투기의 미래다. 프로선수를 공급하는 화수분이다. 이 샘물이 마르면 한국 격투기의 미래는 없다.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한국 격투기가 자칫 성냥불처럼 타오르다 사그라지지 않도록 격투인들이 힘을 모을 때다. ‘한 순간 방심하단 훅 간다.’

장충체육관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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