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조 감독 “5일 쉴 때 공이 더 좋아”
용병 능력 극대화·선발 자원 육성
선발 조기 강판 땐 롱 릴리프 투입
슈가 레이 마리몬∼정대현∼요한 피노∼트래비스 밴와트∼정성곤(주권)∼엄상백. 2016시즌 kt의 선발진 등판순서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팀들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숫자다.
kt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kt 조범현 감독(사진)은 2009년 KIA에서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윤석민∼양현종∼서재응∼이대진까지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 해 KIA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했고, 선발 투수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6인 선발은 큰 히트작으로 남았다.
조 감독은 8년 만에 kt에서 다시 6인 선발 카드를 꺼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외국인 선발 3인방의 능력 극대화다.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쭉 지켜본 결과 공통적으로 4일 쉬었을 때 보다 5일 휴식을 취하고 등판했을 때 훨씬 더 좋은 공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피노가 2승무패, 마리몬 2승무패, 밴와트 1승1패로 3명 모두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6인 선발 로테이션의 두 번째 이유는 팀의 미래를 대비한 선발 자원 육성이다. 조 감독은 정성곤이 6일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삼성전 4이닝 7실점 3자책) “몸을 추스르고 다시 올라오라”며 엔트리에서 제외한 뒤 주권을 1군에 불러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했다.
국내파 선발진은 모두 20대 초중반이다. 정대현 25세, 주권 21세, 그리고 엄상백과 정성곤은 겨우 20세다. 조 감독은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한 명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선발투수를 빨리 키워야 한다. 올해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현과 정성곤은 좌완, 엄상백은 사이드 암, 주권은 우완 투수다.
그러나 6인 선발 로테이션은 불펜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불펜 가용 인원이 한 명 줄어들기 때문에 선발 투수가 난조를 보여 일찍 강판됐을 때 불펜 투수진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kt는 신생팀 혜택으로 올 시즌까지 1군 엔트리를 다른 구단보다 1명 더 많은 28명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조 감독은 “기본적으로 6명으로 선발진을 짰을 때 선발투수가 책임져야 하는 이닝은 더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로테이션 자체가 잘 운영된다. 단, 조기 강판되는 상황이 올 경우 롱 릴리프가 투입되고 그 다음날 엔트리를 조정해 퓨처스에서 새로운 투수를 올리는 등 그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