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후‘ 조재윤 “송중기 더 빛나게 해주지 못해 미안”

입력 2016-04-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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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후‘ 조재윤 “송중기 더 빛나게 해주지 못해 미안”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여러 방면에서 완벽한 남자의 표상이다. 잘생긴 외모와 유머러스함을 갖춘 것은 물론 여자를 설레게 만들 줄 아는 이 캐릭터의 매력에 대한민국 여심(女心)이 술렁였다.

유시진의 이런 다양한 매력은 이 배역을 연기한 송중기 뿐만 아니라 그와 호흡을 맞춘 송혜교, 김지원, 진구를 통해 빛났다. 특히 그가 군인으로서 일까지 잘하는 남자임이 드러난 데는 이 배우의 공로가 매우 지대하다. 하마터면 극중에서 유시진을 죽일 뻔 했던 남자 조재윤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 작가님과 감독님, 배우들을 만나 정말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당시에는 ‘시청률 10%는 넘어갈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그 덕에 저도 지금 ‘국민밉상’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돼 황당해요.”


조재윤이 연기한 진소장의 미운 짓(?)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역시 유시진이 붕괴된 발전소 건물 안으로 들어간 사이 다이아몬드를 꺼내기 위해 중장비를 사용해 위기에 빠뜨렸을 때다. “하마터면 범아시아적인 역적이 될 뻔 했다”는 말에 그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 장면 이전에도 유시진을 조금씩 괴롭히긴 했지만 큰 사건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문제의 장면이 나간 이후에 밖에 나갔더니 정말 많은 욕을 들었어요. 한 지방의 식당에 갔었을 때도 예전에는 그냥 좀 얄미워하는 수준이었는데 그날에는 ‘시진이한테 왜 그러냐’, ‘중기 괴롭히지 말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 덕에 ‘송중기와 송혜교의 캐릭터가 살았다’는 말도 들어 뿌듯합니다.”

그의 말대로 진 소장은 악역이 드문 ‘태양의 후예’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시선을 빼앗았다. 백발의 헤어스타일, 몸에 착 달라붙는 셔츠까지 패셔너블한 밉상 진 소장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태후’ 네 주인공의 매력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진소장 직책이 과장이었어요. 거기에 작업복과 안전모를 쓴 현장 관리자 정도의 캐릭터였는데 고사 현장에 페도라를 쓰고 옷을 갖춰 입고 갔더니 작가님이 보시곤 ‘이런 모습으로 가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진 과장은 소장이 되고 패셔너블하고 깔끔 떠는 캐릭터가 됐죠.”


이런 김은숙 작가의 배려로 조재윤은 좀 더 입체적이고 개성 넘치는 조연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태후’ 캐릭터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애드리브를 허락받은 캐릭터가 되면서 진 소장은 ‘태후’의 밉상이자 신 스틸러가 되었다.

하지만 조재윤에게도 ‘태양의 후예’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그는 “어느 장면에서 촬영상 여건 때문에 여유롭게 찍지 못한 적이 있었다. 바로 유시진이 진 소장을 구해주고 어깨를 다치는 장면인데 이때 좀 더 얄밉게 해서 유시진을 더 빛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더라”고 말했다.

“조연으로서 주연 배우가 빛나야 제게도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주인공을 위해 희생 아닌 희생을 제대로 해줘야 저에게도 빛이 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분량이나 비중에 상관없이 한 배역을 맡으면 정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조재윤은 한 조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영화와 자료조사를 거친다고 한다. 다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소화한다는 그는 조연 배우로서의 철저한 프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준비 하냐고요? 다음 작품이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가 요새 드라마도 나오고 예능도 해서 좋겠다라고 말해주지만 정작 저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일 일을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또 아내와 아이도 있으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기도 하고요.”

그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아내가 나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아이도 생겼다. 나의 여자와 아이가 훗날 힘들거나 아프지 않길 바란다. 이 마음으로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윤은 촬영을 하다 기절을 하고, 몸에 부상을 입는 순간에도 남편이지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가 몸을 사리지 않는 이유가 반드시 가족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그가 배우인 까닭은 결국 연기가 본인의 천직임을 믿는 마음 때문이다.

“저는 매번 현장에서 벌어지는 즉각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리고 그때마다 다른 제 연기와 거기서 상대 배우와 만들어지는 공기가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인지 매일 차 안에서 시름시름 앓다가도 촬영장에만 오면 펄펄 날아요, 저희 스태프들도 진짜 신기해하죠. 이 정도면 배우가 제 천직 아닌가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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