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작가 “대화·논쟁·타협의 연속이었다”

입력 2016-04-2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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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작가는 두 번째 작품으로 ‘태양의 후예’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는 “시청자들의 관심에 감사하다”면서도 PPL 등의 여러 논란에는 “죄송하다”고 했다. 사진제공|NEW

■ ‘태양의 후예’ 마친 송혜교·김원석 작가

14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사진)는 송중기를 톱스타 대열에 올려놓았다. 남자주인공을 멋지게 그려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두 인물이 있다. 송혜교와 김원석 작가다. 송혜교는 노련미로 송중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김 작가는 김은숙 작가와 상호보완 관계로 협업하며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드라마 성공의 주역들을 차례로 만났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제공|태양의후예문화산업전문회사·NEW



김은숙 작가와 2년간 서로 의지
대사 한 줄에 5명의 생각 담기도
욕설 대사·PPL 논란…죄송하죠


김원석(39)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만들며 총성 없는 전쟁을 치렀다. 공동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입’으로 싸웠다. 김원석 작가는 재난 등 거칠고 긴박한 상황, 김은숙 작가는 남녀 로맨스 등 각자 자신 있는 분야와 색깔이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에, 한 드라마 안에서 조화롭게 녹여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설득하는 작업”이 매일같이 반복됐다.

그리고는 말했다. “만약 협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대본을 쓰고 있겠죠. 하하!”

김은숙 작가의 제안에 “숨도 안 쉬고, 좋다고 했다”는 김 작가는 ‘태양의 후예’로 새로운 인생을 맞았다.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조감독으로 연출을 하다 진로를 바꿔 2013년 ‘여왕의 교실’로 드라마 첫 집필을 맡았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인 ‘태양의 후예’로 실력을 알리고 명성도 떨치게 됐다. 방송 전만 해도 김은숙 작가의 ‘기’에 눌리지 않을까 우려를 샀지만, 김원석 작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게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만 2년 정도 작업했다. 스트레스도 많고 짜증도 났지만, 지금까지 작업 중 가장 유쾌하게 웃으면서 했다. 공동 작업이라 힘들고 지쳤을 때 누나(김은숙 작가)에게 의지했고, 도움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을까. 김원석 작가는 “장면에 따라 대본을 나눠 쓰진 않았다”고 했다.

김은숙·김원석 두 메인 작가와 3명의 보조 작가가 각자의 입장과 색깔, 취향에 따라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대화, 논쟁, 타협의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에는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 아이템을 잡는다. 김원석 작가가 초고를 쓰고, 김은숙 작가가 여러 차례 재고를 반복해 최종 대본을 완성한다.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됐기에 “대사 한 줄에도 5명의 생각이 들어가기도” 한다.

“재고 과정에서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제가 썼기에 아는 내용이지만, 대사의 위치나 어순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무서운 감정이 들었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자신의 글을, 몸과 마음으로 표현해준 송중기·송혜교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김 작가는 “송중기가 잘 생기고 연기 잘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유시진이라는 캐릭터에 진심을 담아줘 고마웠다”고 했다. 송혜교에게는 “의사 강모연이란 인물은 속물적이다가 사명감 있고, 또 울다가 때로는 웃긴다”며 “이 모습을 대사 한 줄에서 모두 소화할 때가 있었는데, 해내더라”라며 놀라워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김원석 작가는 “감사하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했다. 감사함은 “상상 못할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자신을 향한 관심이다. 죄송한 건 극중 서대영(진구)의 욕설 대사와 과도한 PPL(간접광고) 논란이다.

김원석 작가는 “제가 작가 입장이다 보니,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드라마가 지상파 전파를 타기에 사회적 책임도 간과해선 안 되는데 놓쳤다”며 “PPL은 드라마 제작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긴 하다”고 아쉬워했다.

“‘태양의 후예’는 제 글이긴 하지만 대사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다음 작품에서 이번 관심과 실수를 갚도록 하겠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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