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친정 울린 박기동 ‘쓴웃음 거수경례’

입력 2016-05-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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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상무 박기동.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남 상대 2골…4-3 역전승 주인공
“이겼지만 마음 복잡하다” 쓴웃음
상주 상위권 도약…전남 반전 실패


“골도 넣지만 수비도 아주 적극적으로 하는 친구죠.”

스트라이커 박기동(28·사진)이 화제에 오르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상주상무 조진호 감독은 빙그레 웃었다. 확실한 ‘믿을 맨’이기 때문이다.

1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상주의 8라운드 경기. 원정팀이 기적 같은 4-3 역전승을 거뒀다. 대역전극의 주인공은 박기동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주의 킬러가 친정을 울렸기에 스토리라인이 한층 풍성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K리그는 상주의 특정 선수가 친정팀과의 경기에 뛸 수 없도록 제한했지만, 올해 들어 이를 폐지했다. 광주FC를 거쳐 2013년 전남 유니폼을 입었던 박기동이 광양 원정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경기 전 조 감독은 “(박)기동이가 스스로 기회를 찾았다. 득점뿐 아니라 수비 때 과감히 상대와 부딪히면서 활력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상주는 박기동 외에 또 다른 ‘전남 맨’ 박준태에게 오른쪽 날개를 맡겼다. 조 감독은 “원 소속팀에 실력을 어필시키기 위해”라고 선수들을 친정팀과의 대결에 투입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전남 노상래 감독도 “둘은 우리 선수이기 이전에 상주의 일원이다. 이들이 잘하면 우리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으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혈전. 추가시간까지 96분간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초반 실점을 피하면 잘 풀어갈 수 있다”던 조 감독의 의지가 킥오프 7분 만에 통했다. 왼발 슛으로 전남의 골문을 가른 주인공은 박기동이었다. 반격에 나선 전남은 전반 34분 오랜 침묵을 깬 스테보의 시즌 1호 골로 동점을 만들고, 후반 12분 유고비치의 역전골과 후반 30분 스테보의 추가골로 격차를 벌렸으나 끝이 아니었다. 대반전이 시작됐다.

후반 38분 황일수의 크로스를 박기동이 헤딩골로 꽂아 넣었다. 상주는 후반 43분과 추가시간 6분, 김성환의 연속 페널티킥(PK) 골로 역전했다. 시즌 3승째(2무3패·승점 11)를 챙긴 상주는 상위권으로 도약했고, 안방에서 무너진 전남은 1승3무4패(승점 6)로 반전에 실패했다.

상주의 모두가 활짝 웃었지만, 풀타임을 뛰며 2골을 몰아친 박기동은 웃지 못했다. 시즌 3·4호 골 세리머니도 거수경례로 마무리했을 뿐이다. “대충 뛰면 프로가 아니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마음이 복잡하다”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홈팬들의 “잘했다”는 축하에도 살짝 쓴웃음만 보였다. 2014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박기동은 한층 성장해 올 시즌 하반기 전남에 복귀할 예정이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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