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주간 아이돌’, 지하 3층서 피어오른 B급 매력

입력 2016-05-02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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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아이돌’ 지하 3층서 피어오른 B급 매력

눈처럼 하얀 배경과 의자만 달랑 몇 개 갖다놓고 시작한 프로그램이 가요계와 예능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주간 아이돌’이 MBC 에브리원의 명실상부한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주간 아이돌’은 2011년 7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오로지 아이돌만을 주제로 한 앙케이트 조사와 게임을 선보였다. 지상파에서도 비슷한 아이돌만을 출연시켜 시청률 상승을 꾀한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주간 아이돌’만 살아남은 상태다.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 지하 3층 스튜디오에 갇혀 홀대받는 방송인듯한 모양새를 취해 왔다. 흔한 그림 하나 책상 하나 놓여있지 않은 하얀색 배경 위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다양한 아이돌 그룹을 조명했다.


또한 이들은 정형돈과 데프콘 등 삼촌 팬들의 대변자 같은 친근한 MC들을 내세워 ‘주간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의 색깔을 명확히 했다. 아무리 여성 팬들을 많이 가진 남자 아이돌 그룹도 이들에겐 어린 동생이 되고 대세 걸그룹도 구박할 줄 아는 MC라는 포지셔닝을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케이블 채널 예능으로서의 색이 살아나자 하얀 배경도 독특한 자막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고 출연한 아이돌들 역시 타방송과 달리 훨씬 편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여러 요인들로 인해 ‘주간 아이돌’은 이제 모든 아이돌들이 출연하기를 원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주간 아이돌’은 ‘랜덤 플레이 댄스’, ‘2배속 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돌의 매력을 검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입덕 포인트’를 잡아주는 귀중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비록 초창기부터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정형돈이 열매를 따먹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제 ‘주간 아이돌’은 정형돈과 데프콘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랜 연습 기간을 거쳐 우여곡절 끝 데뷔했지만 자신의 곡을 알릴 무대가 없는 아이돌들에게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이제 너무나 귀중한 사막 안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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