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AOA의 설현-지민(오른쪽). 동아닷컴DB
“제대로 못 가르친 사회의 잘못”
“암기 위주 역사교육 경계해야”
걸그룹 AOA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는 가운데 역사교육과 관련한 자성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오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은 3일 방송한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채널 AOA’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범국민적 위인으로 자리매김한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아무런 지식과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누리꾼의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소양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의견도 크다.
이에 두 사람은 “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는 사회의 잘못”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설현과 지민의 실수를 단순한 아이돌 스타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역사교육에 대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 공동대표인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는 AOA 멤버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던 13일 SNS에 “결코 그들이 잘 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연예인 지망생으로 학교공부에 소홀했을 것이 뻔한 그들이 역사지식이 부족하다고 흥분할 일이 아니다”며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꺼냈다. 주 교수는 “여고생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도시락 폭탄을 던진 분이 윤봉길이 아니라 안중근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40%나 된다. 5.16 군사정변을 주도한 사람이 전두환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60%가 넘었다. 현재 수능을 준비하는 고교 2학년의 실상”이라며 역사교육의 현실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도 14일 SNS에 이회영, 한용운, 홍범도 등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올리고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출신인 자신도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맞히지는 못했다”면서 “왜 그런 것인지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예능프로그램의 흥미 위주의 역사를 소재로 한 퀴즈 포맷 등에 대해서도 재고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사람 이름 알아 맞히기식 퀴즈 구성의 방송은 다양한 배경과 흐름 등이 얽히고설킨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고 또 암기 위주의 역사교육을 정당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시선이다.
한편 AOA는 16일 미니 4집 ‘굿 럭(Good Luck)’을 내놓으며 컴백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